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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젊은 시인 3인 집중조명/김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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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산
게임광
인생―한판 게임인지 몰라
나의 적들과 함께
그 애의 어깨는 늘 힘이 들어있다 눈빛은 레이저처럼 한곳을 꿰뚫는 광기(狂氣)의 살의로 빛난다 무수한 군대와 게릴라는 밀림과 도시를 장악하기 위해 지하 벙커에 대기 중이다 적들과 적들의 성(城), 요새를 파괴하려면 치밀하게 계산된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 폭탄을 장전한 탱크를 앞세우고 중무장한 병력들이 적의 진지로 쳐들어간다 그 애의 손가락은 가늘고 날렵하다, 뱀 같다 컴퓨터 좌판 위를 S자로 기어다닌다 산악을 넘고 계곡을 지난다 사수하라, 사수하라 적들이 몰려오고 적의 방어라인을 뚫기 위해 무차별 폭탄과 총알을 쏟아 붓는다 언덕 위에 본진에서 불꽃이 핀다 게임의 나라, 전쟁의 축포가 터진다 그 애의 머릿속을 게임이 지배한다 게임을 그 애가 지배한다 적의 벙커를 파괴하고 승기를 잡으려면 특수대원들을 보내야 한다 병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내부를 장악해야 한다 마지막 잔당 섬멸할 때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탈진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그 애는 사흘 밤낮을 굶었다. 비상식량, 컵라면 몇 개도 이미 떨어졌다 두 눈이 퀭하다 자지도 않고 싸우다 죽었다 전사했다
프로게이머
게임 없는 세상은 지옥이다 게임의 단순한 집중이 좋다(생각이 많으면 게임을 할 수 없다) KT ― KTF 프리미엄리그 반드시 시즌을 휩쓸고 프로게이머 랭킹 1위를 탈환할 거다 1위 자리에서 내려온 다음에야 1위가 얼마나 빛나는 자리였는지 알았다 달콤한 1등의 추억은 쓰디쓴 독약이 됐다 나는 게임에 질 때마다 내 플레이를 자책하며 우울증에 빠졌다 그러나 나를 구원해 주는 것은 게임뿐, 마우스패드도 바꾸고 마음을 정리했다 나는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게임을 이기려는 절심함이 부족했던 것이다 게임은 재미가 아니다(우주복 같은 은색 게임복만을 보지 마라) 게임은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다양한 연구와 전략이 필요하다 한․중 리그, 월드 리그에도 나갈 것이다 나는 소속사인 팬택앤큐리텔의 광고 모델로 출연했다 표정 연출하다 그만 얼굴 근육이 뭉쳐버렸다
게임은 진화한다․1
게임의 나라, 세계 지도에는 두 개의 대륙이 있다
거기에 여덟 종족이 산다
인간:스톰윈드의 인간들은 긍지와 강한 단결력을 지닌 종족이다 위대한 얼라이언스의 수호자로서 수 세기 동안 오크 호드에 맞서 싸운다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왕국, 사악한 그림자가 아제로스에 드리워진다
드워프:오랜 세월 아이언포지의 드워프들은 땅속 깊은 곳의 광물을 발굴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들은 난공불락의 요새 아이언포지에 은둔한 채, 던 모로의 눈 덮인 봉우리 너머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오크가 인간과 엘프, 드워프의 땅을 정복하기 위해 아제로스를 침략했을 때, 드워프는 위대한 얼라이언스의 일원이 될 것을 제안한다 쾌할하고 영리한 드워프들은 얼라이언스군의 주력임을 증명하며 승리를 거듭하는데 일조한다
노움:엉뚱하지만 영리한 노움은 세계에서 가장 유별난 종족 중 하나이다 일생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상천외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보낸다 오랫동안 노움은 뛰어난 무기를 제작해 호드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얼라이언스를 지원한다
나이트 엘프:불멸의 종족인 나이트 엘프는 지난 만여 년 동안 잿빛 골짜기의 어두운 숲 속에서 드루이드들을 중심으로 자연친화적인 사회를 개척해 왔으나, 불타는 군단의 침입으로 인해 평온했던 그들의 고대 문명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대드루이드 말퓨리온 스톰레이지와 여사제 티란데 위스퍼윈드가 이끄는 강력한 나이트 엘프 군대는 악마군단의 침입에 용감히 대항했고 나중에 도착한 오크와 인간 종족의 도움으로 군단의 전진을 막아내고 우두머리인 악의 군주 아키몬드를 처치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비록 전쟁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나이트 엘프는 영생을 포기해야만 하고, 그들의 아끼고 사랑했던 숲이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리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
오크:오래 전 오크 종족은 불타는 군단에 의해 타락하여 포악하고 파괴적인 종족으로 변하게 된다 차원의 문을 넘어 아제로스의 세계에 넘어온 오크는 스톰윈드와 로데론의 인간 왕국들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게 된다
타우렌:오랜 세월 타우렌은 강력한 코도를 잡으며 불모의 땅 평원을 떠돌며 그들의 영원한 신인 대지모신의 지혜를 찾아다닌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던 타우렌 종족이 유일하게 단결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공통된 적인 켄타우로스 종족 때문이다 타우렌 족장 케른 블러드후프는 켄타우로스에 맞서기 위한 지원 세력을 찾던 중 최근에 칼림도어 대륙에 정착한 오크의 대족장 스랄과 다른 오크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트롤:정글로 뒤덮인 남해의 수많은 섬에서 살던 흉악한 트롤들은 잔인함과 사악한 신비주의를 숭배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야만적이며 미신을 숭배하는 그들은 다른 모든 종족에 대해 끓어오르는 증오심을 갖는다 구르바시 제국의 전성기 때, 정글 트롤들은 동부 왕국 대륙의 가시덤불 골짜기에서부터 칼림도어 대륙의 메아리 섬까지를 자신들의 지배 하에 둔다
언데드:폭군 리치왕의 지배를 받는 스컬지라 불리는 거대한 언데드 군대는 아제로스의 모든 생명을 전멸시키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밴시 여왕 실바나스 윈드러너가 이끄는 한 무리의 언데드 저항 세력은 스컬지를 등지고 리치왕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길을 걷게 된다 포세이큰이라 알려진 이 집단은 스컬지에 맞서 자유를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괴물로 취급하는 자들과 맞서 싸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게임에는 레벨이라는 게 있지
적과 싸워 물리치고 죽이면 레벨이 올라가지
레벨이 오르면 캐릭터의 능력치가 증가하고
업(UP)시키려면
싸워서 이겨야해,
업(UP)시키려면
업(業)이야,
업(業),
업,
아무리 강한 자도 죽음이라는 게 있지
전투 수행 도중
또는 사고로 캐릭터 생명력이 0이 되면
죽음을 맞게 되지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 세계에서 죽음은 영구적인 게 아니지
묘지에 있는 영혼 치유사에게 소생을 부탁하면
일정한 경험치를 잃고 부활할 수 있지
그래서 게임의 나라―동부 왕국 칼림도어 텔드랏실 엘윈 숲 던 모로 서부 몰락지대 듀로타 멀고어 불모의 땅 티리스팔 숲 은빛소나무 숲―전사 성기사 마법사 도적 사제 사냥꾼 흑마법사 주술사 드루이드는 평생 전쟁을 할 수 있지
게임은 진화한다․2
내 청춘을 바친 게임/내 청춘을 바칠 게임
雪原 미르의 전설 Ⅲ
http://www.mir3.co.kr
뮤 공성전
성(城)이 어디 있는가
로랜협곡의 성(城), 처절한 전장이 될 것이다 저주의 바람이 불 것이다 음산한 분위기, 창처럼 솟은 성(城)이 하늘을 찌른다 길드 마스터의 레벨 200 이상, 길드인원 20명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킨 길드만이 공성전 선포를 할 수 있다
성문:외성에 3개, 내성에 2개, 용의 탑 내벽에 1개가 설치되어 있다 공성이 시작되면 각 성벽의 통로를 막게 된다 성문을 공격할 경우 무기의 내구력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공성측은 영혼의 물약을 먹은 상태에서 파괴해야 한다
수호석상:외성 내에 2개, 내성 내에 1개, 용의 탑 내부정원에 1개가 있다 수성측의 회복, 수비를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이 석상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고, 수호석상 근처가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된다
가드타워:수호석상을 파괴하기 위해 다가오는 공성측 전사를 저지할 목적으로 석상 주변에 설치된 자동공격 타워, 공격을 받아도 파괴되지 않는다
용의 탑:내성의 마지막에 위치한 거대한 탑으로 입구와 상층으로 구분되어 있다 입구를 보호하는 보호막이 존재한다 수호석상이 모두 파괴되면 내부로 진입할 수 있으며, 용의 탑 상층에는 성주의 직인이 담겨 있는 좌대가 있는데 이곳을 점령하는 것이 공성을 승리로 이끄는 길
섬
게임― 게임 공간 속은 가상 세계이다
그 넓은 대륙 바다에 섬이 하나 있다
그 섬이 실제 돈 이천만 원에 거래됐다
나도 그 섬을 사고 싶다
리니지 Ⅱ
고요함의 갈대밭과 속삭임의 갈대밭
더 이상 갈대는 속으로 울지 않는다
이제 갈대는 갈 데가 있다
이 지구 어두운 아이들아
너희 애비들은 끝났다(게임맹이다)
그러니 살아만다오
항상 생사의 갈대밭, 사냥터에서
황무지
파티 사냥에 지쳤을 때
솔로잉으로
레벨업과 앵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사냥터
개미굴
혈맹들이 단체로 사냥을 하는 곳,
파티 사냥을 하라
파티 사냥을 하라
거대 여왕개미는 호위병 개미와 보모개미들을 물리쳐야 공략할 수 있다
중립지대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는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북쪽 강가로 나오십시오,
송장 거미
붉은 털 송장거미는 늙지 않습니다
거미는 사냥터를 떠나지 않습니다
어떤 기도
오늘도 우는 듯 웃는 듯 들린다
오늘도 흐느낌이 웃음이 들린다
길게 이어지다 순간마다 끊어지다
다시 이어지며 위층에서 들린다
아래층 남자는 날마다 밤을 새우고
그 소리를 듣는다
아침 아홉시면 어김없이
10층 여자는 9층 남자의
막 잠들려는 머리맡에 웅얼웅얼
압전이나 못 같은 것들을 한 됫박 쏟아놓는다
남자는 살그머니 베란다로 나가본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귀를 기울인다
무어라 기도하다 간간히 웃다 울다
박수치다 찬송가를 부른다
광(狂), 광(狂), 광(狂)……
남자는 버럭 화를 내려다
윗집 베란다를 올려다본다
SKY
Life가 걸려있다, 귀를 기울이고 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남자는 방으로 돌아온다
한동안 천정을 올려다보다
갑자기 위층 여자가 가엾다,
오늘도 우는 듯 웃는 듯 들린다
멀리 돌아가는 성(城)
전철을 타고 가다 환승역에서
갈아타려고 내려 바삐 걷는다
사람들 속에서 나도 덩달아 서두른다
나는 전철을 탈 때마다 감전된 것처럼 서두른다
누가 전철역 바닥에 한 무더기 똥을 싸놓았다
얼굴을 찡그리며 외면하고 가는데
눈앞에 붉은 것들이 어른거린다
가던 길 멈추고 보니 피가 흥건하다
피똥이다, 어느 노숙자가 싸놓았나
파란 의자 밑에 웅크리고 있다
둥근 가장의 어깨는 성(城) 같다― 견고하니 무너진다
가출한 아내, 올망졸망한 어린 눈빛들이 어른거린다
자살도 못 한 죽음이 어른거린다
곧 죽으리라
죽으리라
도시의 피로는 쌓이고 쌓여
멀리 돌아서 가야하는 성(城) 같은 것을 이루었다
철거(2005)
오봉산 밑은 개발 중. 레미콘트럭의 행렬, 터미네이터 공장, 타워크레인 천지다. 슬레이트집, 기와집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다섯 봉우리 빙 둘러서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아직 보상 안 된 오십 호 마을의 담벼락에서 …… 붉은 번호들이 묻어나온다. 2단지 임대아파트는 공동묘지를 통째로 이장하고 세워졌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집만이 아니라 무덤들도 철거된 셈인데, 202동 입주자들은 자신들이 묘지번호 101호, 102호, 103호……에 산다는 걸 모른다. 글쎄, 알아도 소용없다.
눈이 온다
눈이 와도
공사는 멈추지 않는다
눈이 온다
눈이 와도
산행은 멈추지 않는다
오봉산 봉우리마다 15만 5천 볼트 고압선 철탑이 흐른다. 첫 철탑 아래서 보면, 고속도로 건너편 수백만 평 폐염전밭, 불그죽죽 돋아난 나문재 천지다. 거기에 안성기 주연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찍던 소금창고가 있다. 철거되지 않고 있다. 그때 철거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며 다시 봉우리를 오르는데, 소나무에 매달린 코팅된 종이가 희끗희끗 어른거린다. 무심히 지나친다. 몇 발자국 떼다보니 또 흰 종이가 어른거린다. 다가가 흰눈을 털어내고 읽어본다.
자 연 속 에 내 가 살 고
내 정 성 에 자 연 산 다
남동구청장
사단
6․25참전전우회
법인
※ 50. 6. 25.~53. 7. 27. 휴전 전 참전자는 지회에
오셔서 입회원서 작성 바랍니다.
인천시 남동구지회(465-0625)
시작노트
겨우내 게임을 하며 지냈다. 그리고 게임시를 썼다. 게임시를 쓰기 위해 게임을 한 건 아니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다. 아이와 함께 게임방에 가기도 했다. ‘너희 아빠 인기 짱’이라며 아이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게임은 스스로 진화하고 있었다. 옛날의 게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눈부신 환타지의 세계였다. 이 지구, 온 우주가 담겨 있었다. 그 화려한 게임의 팔 할이 전쟁이었다. 이라크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경악했으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게임광이 되었다. 현실의 전쟁과, 가상의 전쟁이 구분되지 않았다. 전쟁은 분명 하나였다. 그러면서 게임 시집 한권이 탈고되었다. 게임 시는 열네 편이었지만, 나머지 수십 편도 이미 게임시가 되어 있었다.
봄이 되어 대학에 갔다. 젊은 교수의 전자 문학 강의를 들었다. 문자 문학의 꽃은 이미 시들어 있었다. 자연 정원의 시대는 끝나 있었다. 게임의 나라, 전자 수중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게임의 나라에서 추방당한 자들은 모른다. 게임맹들은 모른다.
초여름인데도 춥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도 게임맹이지 않는가. 그래서 내 몸은 떨리고, 다시 떤다. 무엇엔가 항시 감전되어 있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도, 게임 왕국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몰입이 잘 안 되는 건 현실의 불안, 걱정 때문일 것이다. 게임방을 둘러본다.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여기에선, 아이들이 주인이다. 모든 게 어느새, 변해버렸다.
김영산․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1990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평일 벽화 ․동화 주먹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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