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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신작시/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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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69회 작성일 08-02-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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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의미로부터의 돌


뭉쳐진 침묵이 돌을 낳는다
누구도 모른다
낳은 이만이 쓰다듬는다
햇살 한 줄기 닿지 않는 길 구르다 묻히다 홀연히 증발한다
봉인되어 익어가는 말
어떤 울음은 종유석으로, 어떤 참회는 대리석으로, 어떤 그리움은 홍보석으로 살을 굳힌다
고도로 압축/정화된 언어만이 다이아몬드에 이른다
다시는 말을 품지 않는 말
세포마다 빛이 고인 말
발부리에 차이는 어느 돌인들 용암을 통과한 별이 아니랴
잘 여문 돌 하나 품고 눕는 밤
바람으로 돌아간 말이 들린다
앓았던 침묵이야 제일로 고운 돌이다
뜨거운 돌
진통했던 돌
앞 돌 따라 투명해진다
미숙한 자아 밑으로 무수한 돌이 깔린다



無爲集․9
―그들은 어떻게 말하는가


강변도로 방음벽 아래 능소화 한 송이가 떨어진다
서녘 햇살이 그 꽃에 더 고운 빛을 던진다
한강은 잠시 흐름을 늦춘다
역사란 한낱 덧없는 낙화, 담장에 매달린 구름
기어올라 피었다 떨어진 흔적
시인은 바람을, 철학자는 뿌리를, 화가는 줄기를, 음악가는 잎새를, 군인은 영역을 바라본다
그렇다 나는 지금 택시를 타고
올림픽대교, 성수대교 남단을 지난다
미역국 한 들통 싣고 첫아기 낳은 딸네집 가는 길이다
토요일 2103년 8월 어제가 광복절!
떨어진 능소화 한 송이가 어찌 내 안에 들어와 말을 건넬까
달리는 차 안에서 읽거나 쓰면 멀미나잖니?
메슥메슥 욕지기가 불룩거린다
순식간에 뒤쪽으로 사라진 능소화 한 송이가 남은 뜻을 타전해 온다
만개, ―그것 별게 아니라고
그만 메모를 멈추라고
멀미나 다스리라고 미역국이나 잘 붙잡으라고……


정숙자․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감성채집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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