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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신작시/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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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84회 작성일 08-02-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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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병과 고요


종점식당에서 올갱이국에 밥 말아 먹고 담배나 물고 기우는 길 위에서 개나리 곁에서 그대를 생각하다가 소리칠수록 깊어지는 통증에 고개 돌리다가 낮게 밀려드는 꽃잎의 파열음에 놀라 그대 얼굴 잊어버리는데

브레이크 소리 꽃잎 닫히는 소리 입 벌린 종점식당의 불빛 오그라드는 소리 내가 놓아버렸던 그대를 깨우는 소리 수수부꾸미를 부치며 춤을 추다가 어마 뜨거워라 던져 올린 부꾸미 베어 문 깍두기 얼어붙은 개나리 스크럼

흘러가는 것을 밀려가는 것을 뿌리 뽑힌 것을 푸른 안개의 호명을 기다리는 저녁의 종점에는 나 몰래 내 안을 들여다보는 개나리 불빛에 먹히는 어두운 종점의 전봇대 옆 토해놓은 듯한 개나리 절벽 흘러내린다





이상한 슬픔


보문3교 중간에 다리 저는 남자의 뻥튀기 기계
왜 거기서 나는 열셋의 나를 보았는가
뻥이요 뻥 마르도록 듣고 있었던가
날름거리는 엘피지 불꽃과 작은 스피커의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가 나를
붙들었을까 내가 그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불꽃이 검은 입구를 벌려서 입안이 뜨거워서
뻥튀기 아저씨 어서 터뜨려줘요, 했던가
꽃잎처럼 볼을 물들이는 쌀알을 보며
싱긋 웃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는데
황홀하게 빨려드는 것처럼 쑥 들어오는 것처럼
다리 저는 남자와 그 앞에 앉아 있는
열셋의 나 그리고 뜨거워지는 내 몸

그때 나는 사랑인 줄도 몰랐고
조금 아득했고 조금 열려 있었는데
무엇인가 내 안에 고여 들었는데
흰 거품처럼 흩어지고 말았는데
보문3교를 지나는 구름 아래





쭈그리고 앉은 붉은 입술의 나
열셋의 나와 첫 파정

열셋의 중학교실에 백묵으로 나는
기록되었던가 뻥이요 뻥
새카만 아가리에서 쏟아져 나온 쌀알
보문3교 뻥튀기 기계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뚫고 나오는 것들 등뼈를 울리는
뻥이요 뻥 나를 깨물었다
모든 입구에 그날이 박혀 있었다



장석원․
충북 청주 출생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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