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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신작시/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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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47회 작성일 08-02-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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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영


돼지의 무기


꿈에서는 보지 못한 돼지를
춘천 가는 도로 위에서 보았다

달리는 돈사(豚舍),
돼지를 실은 트럭을 추월하려다
문득 지갑에 든 복권 두 장이 마음에 걸려
속도에 제동을 건다

평생 체중에 끌려다니다
마침내 몸집을 버리러 가는 돼지들
과속에 익숙해진 도로 위에서
오줌을 갈기고 있다

말라붙은 꼬랑지를 흔들며
곧 서늘해질 목을 흔들며
웃는 연습을 하고 있는 돼지여

너의 웃음으로 누군가 위안을 삼더라도
행여 대박을 꿈꾸더라도
마지막에 웃는 돼지여





너의 얼굴이
너의 유일한 무기였으니
너는 영원히 미소로 남게 됐으니






고개를 쳐들고
들어가야 하는 집 앞에서
자꾸 목이 꺾인다.

무슨 낯짝으로,
무슨 염치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내가 들어가
폐만 끼치는 집
상처만 되는 집

차라리 대가리를 버린다.

뱀처럼 휘어져
흘러든다.


고  영․
1966년 경기 안양 출생
200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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