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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신작시/이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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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요술
엄마는 걸어가고 아이는 뛰어간다 질질 끌려간다 손에는 나눠먹을 풍선껌과 초콜릿, 그런 십대를 보내고 싶다 지붕 위에서 마티니를 마시고 십대에 엄마가 되는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퀴즈는 기가 막히게 풀지만 문제는 없다 엄마와 아이는 기차역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엄마와 아이는 환상적으로 긴 기차를 타고
네거리에서 키스를 하는 연인들, 입을 물고 있는 입 코를 물고 있는 입 목을 다리를 물고 있는 너무 어렵고 커다란 검은 구멍
난 엄마가 된 지 백년 됐다 익사이팅한 아버지를 만나
공놀이
아이들 공놀이를 하고 거짓말 같이 공이 떠오르고 엄마는 멀리 그늘에서 고구마의 어린순을 다듬고 손끝에 핏물 곱게 들고 나팔꽃 지지배배 몰래 울고
지나갈 비가 지나고 거짓말 같이 옷이 마르고
공원에는 시작되는 연인들 끝나는 연인들 쌍을 지어 날아오르고 못 본 척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출 수 있는 아이들 멈추지 않고 자라고 또 자라서, 내 오랜 엄마는 어둡고
팬지는 차갑게 웃고 지고
공놀이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왜 필요한가
이근화․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추천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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