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74호/신작시/조성국/무 넣고 고등어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06회 작성일 20-01-06 12:29

본문

74호/신작시/조성국/무 넣고 고등어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 외 1편


조성국


무 넣고 고등어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 외 1편



하나같이
눈알 시퍼렇게 뜨고
스스로 적당히 눈감은 놈은 없는지
서로 노려보는
어물전의 등 푸른 고등어부터 고를 일이다
무 넣고 고등어찌개 맛있게 끓이자면
언뜻언뜻 내비치는 눈발의 무밭에
주린 들멧쥐나 두더지
진진초록 머리끌텅을 갉아먹던 이빨 흔적
고스란히 배인 놈이 제격이지만 과동 중인 놈도 좋다
바람 들어 썩은 내 진동하는,
저 혼자만 썩은 게 아니라 살을 맞댄 족당까지
덩달아 썩게 하는 흙구덩이
봉긋한 짚 마름이나 소쿠리에
쓱쓱 문질러 한 입 가득 베어 먹고 싶은 놈이면
더욱 좋다 반갑게 샛노란 새순까지 틔운 놈을 골라내면
무 넣고 고등어찌개 끓일 준비가 다 된 셈인데
대파 송송 썰어 넣고 육쪽 밭마늘도 다져 넣고
취향 따라 적절히 맛을 돋구는 갖은 양념에 대해선
굳이 말하진 않겠다 나는 다만 간이며 쓸개며 속이란
속은 새까맣게 문드러져 빛나는
은빛 죽방멸치의 다시마국물을 대단히 선호하지만
무엇보담 지극하게 손맛이 가미된다면
더 할 나위 없겠다





광주공원



불 달군 가스분사기
쉭쉭 소릴 내며 돼지머리를 꼬실라댔다
 
빨간 고무 다라에 뒤엎어진 간 쓸개 콩팥 내장 즙이
얼크러져 개천을 타고 흘러갔다
씻겨가듯
둥글게 부푼 가루비누 방울에 서린 무지갯빛의 광채가
복개된 양동시장 상가 밑으로 해서
흰 극락강까지 쭉 여울져 갔다
절절 끓는 뼛국 즐비한 들입에서

 

축 늘어진,
이마에는 팥알만 한 총구멍이 뚫렸고, 두개골 뒤쪽에는
구멍이 휘돌아 더 커진,
수박덩이만치로 뽀개진 시체 팔다릴 붙들고
두 공수부대원이
힘껏 트럭 짐칸으로 집어던지던 광경이 불쑥 튀어나왔다


비위 건들 듯 상하듯 눈창 하얗게 까뒤집고
바닥에 드러누운 채 토해내듯 게거품 물고 바들바들 몸서리치는
몸서리치며 씹고 또 씹었다
잘 우려진 국밥 한 그릇을 억지로 욱여넣고는 했다
욱여넣으며 씹어 삼키며 나는 몸서리, 몸서리치는 옛일과
오래 정들어서 여직 떠나보내질 못했다





*조성국 1990년 《창작과 비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 평전 『청년 이철규』. 동시집 『구멍 집』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