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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전윤호/바위구절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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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전윤호/바위구절초 외 1편
전윤호
바위구절초
새벽에 깼어요
아직 어두웠지만
당신이 일어났으니
새벽이 맞아요
그날 이후
밤은 숨을 쉬지 않고
이 집엔 냉장고만 살아 있지요
빛의 속도로 달리는 당신이
얼마나 더 멀어져야
접속이 끊어질까요
누군가 물을 끓여요
창문을 쾅하고 열고
화산처럼 기침을 해요
두려워요 지금이 마지막이라면
내 마음은 어디로 끌려갈까요
새벽에 깼어요
아직 어두운데
시계는 멈췄어요
그래서 새벽이에요
더덕 교회
키는 커도 순했던 호경이는
목사가 되었다
정선에서 강릉 가는 임계에서
가장 외진 마을로 갔다
고양산에 농사 짓는 백여 명 중
누가 신자고
누가 성직자였을지
농부들은 더덕을 심고
목사 내외는 더덕을 팔았다
십사 년 동안 향기가 고여
천막이 예배당 지었다
높고 볕이 잘 들어 고양리
소박한 교회에는
내 부랄친구 부부가 산다
신자가 아닌 내가
헌금을 하게 만드는
까도 까도 향기만 짙어지는
더덕 교회
호경이는 아직도 순하기만 하다
*전윤호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세상의 모든 연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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