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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유승도/어둠이 내리는 길 위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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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유승도/어둠이 내리는 길 위에서 외 1편
유승도
어둠이 내리는 길 외에서
내리는 어둠에 물들며 집 앞 길에 섰다
아무것도 먹이지 말고 데려오라는 도축장 직원의 말에 따라 우리 안 나무에 매놓은 흑염소의 울음소리 사이로, 태어난 지 보름 정도 된 아기 염소의 빼엑 빼엑 우는 소리가 들린다
너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이 삶을 선택한 적이 없다한들 거부할 수도 없으니, 길이 한없이 뻗어있다 해도 나는 떠날 생각이 없다
숲은 깊고 새들도 이미 날개를 접었다
등불
산수유 꽃송이에 눈이 내려
노란 꽃이 흰 꽃이 되었다
거봐라 좀 빠르지 않았냐?
말을 뱉고 보니 눈이 꽃을 다 덮지는 못했는지
노오란 기운이 허연 꽃송이에서 삐져나오고 있다
노란 불을 밝힌 등불에 눈이 덮인 모양새다
눈 덮인 집에서 밤늦도록
어둠을 바라보던 날이 있었다
*유승도 1995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딱따구리가 아침을 열다』 외. 산문집 『산에 사는 사람은 산이 되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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