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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정연홍/해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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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정연홍/해녀 외 1편
정연홍
해녀
바다에서 쓰러졌다
다음날 발견되었다
평생 물질을 하며 살아온 그녀도
바다의 무게를 어쩌지 못했다
굳게 닫아버린 창문 위로
새들이 난다
남동생과 언니도 그렇게 보내고
스스로 배가 되어 떠오른 몸
육신의 집은 땅이라는 듯
인간은 심해에 묻히지 못한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바다의 창은 오직 해녀에게만 허락했지만
왜 창을 닫아버린 것인지
오늘도 창을 열고
들어갔다가 닫히기 전 다시
나오는 바닷가 마을 대변리* 해녀들
누구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바다에 갇혀 살아간다
비바람에 사라져 버린
사람들도 다시 살아와서 살아가고
물속에 갇힌 그녀들도 다시 살아와서
살아가는 곳
바닷가 마을 해녀들은
엄마를 따라 해녀가 되었다
*대변리 : 기장군 대변리. 19년 4월 10일 박말애 수필가는 평생 물질을 하며 살아온
마을 앞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그녀의 명복을 빈다.
Sky
1.
그녀는
파란 하늘에 오르고 싶었다
구름이 웃고 있었다
올려다보던 하늘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먹구름 낀 날들이 맑아졌다
2.
하늘을 붙잡아두고 싶었다
파란 하늘을
하늘에 올라야 했다
사다리가 필요했다
서른 다섯 노처녀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를 장만한 날
3.
비가 와도 하늘 사다리는 출근한다
가족의 무게가 온전히 담긴 하늘 사다리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새들보다 빨리
구름보다 편하게 실어 올린다
하늘 높이 오르고 싶은 이들이
날마다 어디론가 떠나갔다
그녀는 그들의 꿈을 하늘로 실어 올린다
*정연홍 200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세상을 박음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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