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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이기영/맹독에 물린 사람들은 심장을 도려내곤 하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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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88회 작성일 20-01-0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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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이기영/맹독에 물린 사람들은 심장을 도려내곤 하지 외 1편


이기영


맹독에 물린 사람들은 심장을 도려내곤 하지



겉도는 목소리가 빈 집 창문을 깨뜨린다


적의를 걸치지 않고 이 계절을 지나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반쯤 남은 변명도 버릴 수 있다


눈이 오는 날이 많아서 심장은 계속 얼어붙고
잃어버린 다리, 잃어버린 어린 눈동자
잃어버린 조금 더 자란 목소리


능청스런 날씨는 계속되고
반칙이 난무하는 편파적인 시점을 견뎌야 하는 이 계절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는 바람을 타고
날카로운 이빨과
파충류의 차가운 심장을 가진 내가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다고 고백하는 당신이
서로의 매끄러운 살결을 타고 미끄러지는 밤이다


당신은 더 이상 허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나도 더 이상 눈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독히 낭만적인 과거에 오늘의 꽃이 관여할 수는 없지



심장 없이 산 하루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 고민을 끝내면
마지막까지 남은 통증마저 숨을 멈추면
진저리치는 파동이 꽃잎 끝에서 요동친다


자정을 넘긴 오늘의 꽃은 거대한 한 덩어리 음모 속에 몸을 숨기고


꽃이라는 향기라는
오싹한 이름에 붙은 것들 뒤에서
웃고 있는 표정은 지독하게 낭만적인데


이런 1인칭은 애초부터 너무 편협하다


다만, 이른 저녁부터 가로등은 이미 결심을 굳혔고
뜬 눈으로 밤을 새는 새순 밀어 올리는 불타는 투혼만을 남긴
팔로 다 안을 수 없는 예견들을 데리고


점점 멀어지는 중심을 너는 꼭짓점이라 불렀다
나는 끝이라 불렀다





*이기영 2013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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