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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전욱진/피라미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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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27회 작성일 20-01-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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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전욱진/피라미드 외 1편


전욱진


피라미드



그 여름에 이름을 외워 부른 사람은
 사는 게 춤이었다
 비 맞은 자두나무 열매 같은 얼굴을 하고
 다가오는 가을 너머에 겨울 나이 먹어 봄
 때마다 거처를 옮기며 살며
 그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는 했다
 자주 나의 이름을 잘못 불렀으나
 고개 돌려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 이름을 부르는 건 다시 여름이고
 거기 내가 여전하다 말하는 사람
 어쩐지 옆모습밖에는 없는데
 어디서 가져온 믿음을 업은 채
 찌를 듯이 뾰족한 예각이 먼데
 태양이 많은 길 한복판에 그는
 맨 아래 가장자리쯤에 서있다
 너도 여전하다 말은 했으나 불가사의했다


 나의 근황을 들은 그가 흠칫 놀라워하며
 앞모습의 행방과 공중 누각에 관해
 묻기도 전에 먼저 손을 꼭 잡고서
 가난을 죽이고 못 가본 세상에서
 누구나 다 잘되는 신화 같은 이야기
 그 비법에 관한 모임이 목요일에 있다 하는
 그가 입은 하얀 옷 붕대를 칭칭 감은 듯한
 여름옷감 너머로 쉭쉭 소리는 희망이 내고


 들으면 나도 잘 모르고 싶었다
 하지만 정면을 내어주지 않는다
 생각해보겠다고 답하는 입속에는 모래알이 씹혀
 헤어질 때 그만 그의 이름을 잘못해서 말했는데
 고개 돌려 날 보는 그는 자긴 항상 거기 있다고
 다리 절며 확신을 등에 업고 멀어지고 있을 때
 돌아오는 목요일이 범람하게 비가 오면 좋겠다
 맑더라도 비가 오게 나라도 춤추겠다 생각한다





잔서殘暑



새벽빛과 하는 것도 마지막이다


 혼자 하는 만족을 침묵이 볼 때
 이제 자려 누운 아침결에는 항상
 친하지도 않으면서 귀엣말을 하는
 그렇지만 식성이 나하고는 비슷한
 저수지의 딸들이 오늘도 자명한 척
 날아와서 귓가에 소문을 놓는데
 
 여름이 또다시 아내를 구하고 있고
 그게 이번에는 내가 될 거란 소문


 가지 않은 나라의 사람들은 지금 겨울을 난다는 소문
 사람이 살만 하지 않은 땅에 사람이 산다는 소문


 죽은 사람이 밤마다 내려온다는 산이 있다는 소문
 어느 낭떠러지 노래하며 피는 꽃이 있다는 소문


 윗동네에 어떤 한 자매가 동시에 아름답다는 소문
 아랫동네 아흔 노모가 일흔의 아들을 돌본다는 소문


 기다리는 기별이 그런대로 올까봐
 그만하라 오늘도 홰홰 손만 내저을 뿐
 요즘에는 우리가 사별하지 않으니
 내 피 남의 피가 바람벽에 그만 남고
 만족한 것들 이제 왱하고 날아가서
 다 확인된 거라며 퍼뜨릴지 모르는


 누추한 이 세상에 그래도 누군가는 사랑한다는 소문





*전욱진 2014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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