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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차성환/빅 브레드 외 1편

차성환

빅 브레드

  나는 아침에 울면서 깨어났는데 내가 먹기에 너무나 큰 빵을 만났기 때문이다 오 빅 브레드 집채만 한 빵에 얼굴을 파묻고 씹다가 씹으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오 빅 브레드 포기해 네가 먹기에는 너무 큰 빵이다 누군가 내게 손가락질 할 때 나는 입안에 빵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에 알 수 없는 용기가 솟구쳐 오 빅 브레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씹어대겠어 내 온몸으로 증명하지 나에게는 누에고치 애벌레처럼 씹으면서 꿈틀거리는 인생이 시작하게 되었다 눈부신 햇빛 속에서 오 나의 요람 나의 무덤 빅 브레드 

토마토가

  토마토를 던지면 토마토 냄새가 난다 토마토가 터지면 토마토 냄새가 난다 손끝을 떠난 토마토가 공중에서 비명을 지른다 토마토가 바닥에 터지고 뒹굴고 토마토가 붉은 진물이 흐르고 토마토가 토마토보다 더한 토마토 냄새를 토하고 토마토가 꿈꿀 수 있는 흙과 줄기와 햇빛과 비와 바람이 순식간에 흘러나와 장렬하게 토마토의 죽음을 기억하고 지극히 아름다운 토마토가 현기증 나는 냄새로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 토마토를 기억해야 하고 토마토는 여기 있었다 내 손아귀에 붉은 토마토는 몸의 피부막을 열어 토마토의 몸을 포기하고 진짜 토마토를 얻는다 토마토는 뭉그러진 과육 덩어리 도롱뇽 녹색 알 뭉치가 터져 나와 토마토는 냄새와 빛깔과 꿈으로 살인과 가장 가까운 과일 채소 꿀렁거리는 내장 파충류의 피 냄새 토마토가 터진 토마토를 토해놓고 토마토를 바라본다 산 토마토가 죽은 토마토에게 날아가는 중이다 나는 토마토와 같은 속도로 저 바닥에 꽂힌다 해가 진다 곧 토마토가 터진다 핏빛으로 빚은 토마토가

*차성환 2015년 《시작》으로 등단.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연구서 『멜랑콜리와 애도의 시학』. 시작문학상, SPAF젊은비평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