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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강대선/룽다, 날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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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98회 작성일 20-01-0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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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강대선/룽다, 날다 외 1편


강대선


룽다, 날다



피접만 남은 그림자로 살았던가
담쟁이넝쿨에 걸린 뱀의 허물 같은 영혼을 이끌고
오르는 히말라야
아무것도 없는 정상을 만나러 간다
허무의 기둥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욕망들
하얀 눈이 되고 싶다
빙하에 쌓이는 눈
비틀리지도 소유에 몸부림치지도 않은 영혼으로
갠지스 강으로 흘러들고 싶다
어쩌면 정상은 애초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허물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장대에 매단 한 폭의 깃발, 룽다
숱한 인연들이 펄럭인다
바람이었다가 새가 되고 새였다가 깃발이 된다
푸득 푸드덕 날개 치는 소리들
낡고 닳아진 새들의 소리는 지상으로 날아가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아버지의 해묵은 기침소리를 듣는다
평생 땅에서 닳아지고 낡아지시던 몸의 소리
부르르 룽다가 저음으로 울기 시작한다
아득해지는 떨림으로 주름지는 무덤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해묵은 질문을 달고
발자국을 밟아가며 오르는 시간 밖의 계단
남는 것은 하루살이의 무상함인가
배낭에 꽃과 바람과 새와 죽음을 집어넣고
달빛 속으로 들어간다
룽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몸짓으로 운다
손에 닿을 듯 내려온 별들로 촛불을 켜는 밤
저 혼자 가물거리는 별의 눈빛이 새벽까지 젖어 있다
뒤집힌 풍뎅이가 바동거리며
새로운 아침을 부른다
달라붙는 허무를 저만치 떼어두고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룽다, 길은 이어져 다시 길을 만들고
바람은 내 안에서 칼로 운다





추운 발로 오는 밤



화살표는 반대쪽으로 기울고
 
재회를 기다리는 감정들이 성긴 눈처럼 지나가는 동안
 
더디게 오는 회복의 기미
 
봄볕이 산만해진 거리를 활보한다
 
빨간 줄 두 개로 기억되는 아기의 이름을 입양 서류 앞에 내려놓는다
 
자해를 가하는 질문들이 나열되는 고해성사
 
건조한 질문들이 지하묘지로 내려가고 
 
봄의 일부가 입양된 그곳에는
 
수천 년 동안 은폐된 패턴들이 도굴된 장신구처럼 드러나 있다
 
헝클어진 머리로 오는 꽃샘추위의 음모는 까칠하다
 
텅 빈 아파트에 추운 발을 들여놓는다
 
죽은 아기의 발을 당기면 늘일 수 있나
 〉
별거한 지 오래된 부부가 싸우는 소리를 듣는다
 
이불을 둘러쓴 산모의 울음소리가
 
하혈한다





*강대선 2016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구름의 공터에 까치들이 산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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