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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창간4주념기념 특집 본지출신시인들 신작시/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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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26회 작성일 08-02-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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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아카시아 나무


질긴 병은 눈물마저 웅크리게 한다
한해 두해 점점 더 깊이
길 아닌 길을 만들며 그렇게
전이되어 가고 있다
얼굴엔 허연 열꽃이 방울만하게 피어나고
독한 고름 냄새는 삼십여 리를 흘러
행인들의 코를 벌름거리게 했다
외로움은 가시 돋친 언어들로
아픈 비명 소리를 내야 했다
병을 뿌리 뽑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두더지처럼 바닥을 훑고 지나간 뒤
하루가 산을 넘고 있다
그들이 다녀간 후
내 땅은 좁아졌다
뿌리박힌 병은
바닥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늦은 저녁이면 그녀를 볼 수 있다


조정되지 않는 시간은
놀이터에 던져놓고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쓰다가 두꺼운 콘크리트
틈 속으로 흘러가게 할 것을
느닷없이 찾아온 기억이
틈을 막고 버티고 있다
가라앉힐 상처를 껴안고 슬그머니
잠을 뒤척이다 일어나 창문을 서성인다
창문 너머 낯익은 모습하나 제자릴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그녀의 머리 위에 꽃불 성화처럼
타오르고 있는 전구알
내가 의자에 앉는다
그녀 의자에 앉아 있다
내가 펜을 든다
그녀 펜을 들고 있다
내가 고개를 든다
그녀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침을 모아 삼킨다
그녀 침묵했다
상처가 무덤이 될,
시간 위에 목을 놓는 밤이면
꽃불 성화를 머리에 인 그녀를 볼 수 있다.


김지연(본명:김미경)
․2004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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