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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신작시/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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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
단식(斷食)
100일째 단식,
근육으로 뭉쳐진 힘이 소진되고
이제 심장을 녹여 먹을 차례
데친 숙주나물처럼 누워
제 목숨으로 배수진을 친
비구니승
마침내
염소보다 더 드센 고집이
정으로 쪼아도 쪼개지지 않는 정신이
산 하나를 살렸다
고속철을 밀어냈다
스님을 100일 동안 버티게 한 힘은
풀과 나무와 짐승들의 비명,
양심이었다고 한다.
얼음 속의 불
금붕어 한 마리
얼음에 불 지르고 있다
처음엔 물이 얼어 깨진 줄 알았는데
금붕어, 너무 뜨거워
어항이 깨졌다
두 눈 튀어나오도록 용쓰는
금붕어, 꼬리 한번 휘두르면
금방 얼음이 폭발할 것 같은데
대한(大寒) 한가운데에
불 지르고 있다.
강경호․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함부로 성호를 긋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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