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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신작시/김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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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
성탄절
요강에
늙은 엄마 오줌 소리 살얼음 되어 깔리고
근처에서 사육되는 식용(食用) 개가 운다
나는
마리아를 닮은 누이 친구를 떠올려 눕히고
묵은내 나는 이불에 담겨 자위를 한다
신(神)은
손과 손가락도 주시어 스스로를
위로하도록 하셨음일까
소녀가 뭉친 눈덩이가 아무도 몰래 버려지고
저 많은 밤하늘의 구멍을 울음으로 하나씩 메우며
개가 운다
불안하게 껌뻑이던 겨울밤이
동공 안에 모두 담길 때까지
먼- 먼- 하며 운다
울음의 옷
입고 나설 것처럼 옷 걸어 두고
다시 오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가로수 둥치에 허물을 걸어두고
매미들의 하염없는 울음소리
겨우내 앓다 마당을 둘러보는 노인,
봄볕 자릴 오래 쳐다보듯
저녁의 공터에 쭈그리고 앉아
옷들을 태우듯
어깨가 젖어있는 허물들
토닥, 토닥- 소나기
토닥, 토닥-
김일영․
1970년 전남 완도 출생
․200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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