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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제 17호를 내면서/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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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호를 내면서
축적의 힘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상 유래 없는 자연 재해인 쓰나미로 인해 지구촌은 엄청난 시련을 맞고 있다. 거대한 재해 앞에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그 숫자를 다 헤아리기도 힘든 엄청난 인명 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이 무서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타인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국내의 상황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별다른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정치적 과제들을 안고 있으며, 정치적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이 우리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수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사람들의 불안과 불신은 새해가 되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형국이다.
문단 내에서도 슬픈 소식들은 문학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작년 11월 유명을 달리하신 시단의 거목 김춘수 선생님을 안타깝게 보내야 했고, 이어 올 2월 2일에는 현대시단의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이형기 시인의 죽음 앞에 눈물지었다.
계간 ≪리토피아≫가 창간 4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봄호로 17번째 책을 묶는다. 한호 한호가 쌓여 어느덧 무릎 높이를 넘었다. 책의 높이가 올라갈수록 문학인으로서 ≪리토피아≫를 이끌고 있는 우리의 책임이 막중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4년 동안 ≪리토피아≫는 “자생적 담론으로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종합문예지”라는 기치 아래 비판적 정신과 건설적 대안을 위한 진보적 잡지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애써왔다.
그 동안의 문학적 성과가 우리 자신들의 자찬의 목소리가 아니기를 바라며 축적된 힘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시 한번 우리는 스스로에게 반성과 질책, 새로운 모색과 시대적 제안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번 호 특집은 다른 호에 비해 풍성하다. 먼저 창간 특집 기념으로 각 지역 잡지를 이끌고 있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매체의 문화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라는 주제 하에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문학의 위기에 대한 자성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문화운동으로서의 매체가 지녀야 할 역할과 매체의 근대 극복과 탈근대의 문제를 논의했다. 또한 서울중심주의에 대한 비판과 비판적 지역주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문예지들의 구체적인 노력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에 “문예진흥법 개정을 어떻게 전유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사항들을 논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문단 내외적으로 중요한 사안과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응해주신 구모룡, 이은봉, 이도흠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두 번째 특집은 “지난 세기말 한국문학의 비판적 반성”의 세 번째 주제인 “생태(환경)문학의 허와 실”을 점검해 보았다. 「1990년대 생태시 담론의 전개 양상」이라는 제목으로 1990년대 생태시 문학론의 논의 전개 과정을 역사적 장르의 출현이라는 관점에서 그 흐름을 정리하고 있는 남송우 글은 생태시의 계보와 그 역사적 의의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지침서 역할을 한다.
정순진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에서 나희덕, 이문재, 이면우, 나태주, 이정록, 윤재철 시인들의 구체적 작품을 통해 오늘의 생태시의 성과와 고민들에 대한 양상과 한계를 면밀히 지적하고 있다. 또한 생태소설과 그 작가들의 성과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임영봉의 글도 오늘의 생태문학이 안고 있는 허와 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세 번째 특집은 고 이형기 시인에 대한 추모 특집이다. 「시는 무엇을 만드는가?」라는 생전 고인의 문학 강연 내용을 다시 기록하면서 우리는 이형기 시인이 평생 추구했던 문학정신의 요체가 무엇이며, 한시도 한 곳에 머물기 거부했던 시혼으로 한국시단의 지평을 넓힌 시인의 향기를 느끼게 된다. 그분의 문학적 과업에 다시 한번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지난 계절의 작품 읽기”는 외부에서 새로운 필진들을 모셔 2005년 한 해 동안 꾸며 가고자 한다. 기존 편집진을 비롯해 새롭게 리토피아에 합류한 정우영 시인․이상숙 평론가의 예리하고 깊이 있는 시평을 맛보실 수 있으며, 고인환․서영인․이정석․정재림의 소설평을 통해 지난 계절 우리 문단에 나온 좋은 소설들의 의미와 가치를 진지하게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창간 4주년을 맞은 ≪리토피아≫는 그 동안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잡지의 생명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 ≪리토피아≫는 눈으로 보이는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보다 내실 있고 건실한 문학잡지로써 우리 문단의 중추적 역할을 다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강경희(문학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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