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17호 창간4주념기념 특집 본지출신시인들 신작시/김승기
페이지 정보

본문
김승기
욕쟁이할매
그녀는 몇십 년째, 첫차로
울진에서 영주까지 태백산을 넘어온다
품질 제일의 싱싱한 죽변고기를 판다는 죽변할매
오징어, 문어, 영덕게, 가자미…….
그녀는 도대체 둑이 없다
흐르는 대로 아무에게나 달려가 철썩거린다
지나다 졸지에 날벼락 맞은 사람은
덮어쓴 육두(肉頭)문자 몸에서 떼어내다가
제멋대로 철썩이는 그녀를 보고 웃고 만다
미처 철썩이지 못했던 제 것까지 보태어
같이 철썩거린다 그의 둑도 덩달아 낮아진다
오늘 날궂이 안 해?
파리채를 휘두르며 어김없이 달려오는
그녀의 투명한 내장
가장 싱싱하다는 죽변고기
짠내가 꿀꺽 넘어간다
평화주의자는 숲 속에 가지라
1.
하늘로 달리고 있는 긴 트랙(Track)들
먼저 도달한 나무는 도달하지 못한 나무의 또 다른 트랙이 되고
2.
한번도, 남의 트랙이 되어 보지 못한, 남의 트랙만 쫒다 배배 꼬인, 토종 소나무. 어쩌다 다가선 한 조각 햇살을 현기증에 섞어서 허겁지겁 쪼아 먹고 있다
3.
종국엔 모든 잎들이 입이 되어도, 줄기까지 뿌리까지 빈 햇살 씹어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은 그믐밤 한 스푼. 먹을수록 나무는 지워지고, 숲은 여전히 거기 있다
4.
배경 하나 바뀐다
김승기․
1996년 ≪오늘의문학≫으로 등단
․2003년 ≪리토피아≫ ‘이 시인을 다시 본다’로 재등단
․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
추천24
- 이전글17호 창간4주념기념 특집 본지출신시인들 신작시/이성률 08.02.23
- 다음글17호 창간4주념기념 특집 본지출신시인들 신작시/남태식 08.02.2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