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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창간4주념기념 특집 본지출신시인들 신작시/이성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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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37회 작성일 08-02-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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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률


새벽 은행나무


새벽길 열고 오는 가을비
밤새 빗장 붙잡고 씨름하다가
시린 무릎 결리는 어깨
억울하다
잎새마다 전문 달고 떠나는
창가의 은행나무
그도 밤사이 무척 야위었다
버려지는 것들은


버려지는 것들은 버리면서 손짓을 한다

리필을 기다리는 낯익은 샴푸통처럼
추억이 떠나버린 낡은 앨범처럼
앞발 뒷발 돌아가며 절름거리는 세발자전거처럼

그믐밤에 세상 버린 이웃집 노인
지팡이 앞세우고 돋보기 담뱃대 줄줄이 끌고
보란 듯이 길도 없는 먼 길을 가고 또 가면서

신문고는 사방에 대문을 달아두었으나
쪽방에 버려진 사람들은 입술을 깨문다
누군가 그립다그립다 추위가 춥다춥다

버려지는 것들은 버리면서 모두 다 손짓을 한다



이성률
․2001년 ≪세기문학≫으로 등단
․2004년 ≪리토피아≫ ‘이 시인을 다시 본다’로 재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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