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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신작시/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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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꽃 피는 처녀들의 그늘 아래서
제비꽃
살을 에는 추위와
눈보라
그 계절엔 아무도 믿지 않았다.
기적 같은 너의 환생을……
이른 봄,
아직 언 땅 채 풀리지 않았는데
길섶에서, 돌틈에서, 맨 흙에서
빠꼼히 고개를 내민 꽃,
한치의 빛만 있다면 결코
죽음은 없으리라.
아름다운지고 진정
연약함 속의 강인함이여.
대대로 오백 년을 살아온 조선 여인의
쪽진 머리를 보는 것 같다.
매화
체열은 펄펄 끓는데
몸은 자꾸만 한기(寒氣)가 들어
늦추위 앓는 열병 오히려
입술이 칩다.
싸늘하다 이르지 마라
혈관은 달아오르는 숯가마보다 더 뜨겁나니
언 땅을 녹이고 솟아나는
그 꽃봉오리를 보면 안다.
겉은 차가우나
안으로 안으로 내연(內燃)하는 열이여,
눈 그치자 이 아침
파아란 유리 하늘을 바라
전신에 돋는 홍역(紅疫)처럼
매화 눈꽃이 텄다.
오세영․
전남 영광 출생, 장성 전주에서 성장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아메리카시편 등 ․저서 한국낭만주의시 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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