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16호 신작시/강희안
페이지 정보

본문
강희안
나무와 새
1
아파트 화단을 기웃대던
동박새 한 마리
깃털 부비는 몸짓으로
헝클어진 동백나무
곁가지를 쪼고 쪼으다가
잠시 울대 뿌리로부터
팬지 꽃잎보다 빛나는
울음 몇 마디 피운다
경비실 부근에선가 만나
뿔뿔이 흩어져 가는
또각또각 여인의 구둣발 소리
상가 맞은편 쪽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누군가의 투신이란다
2
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둥글 둥글 갂아 놓은
회양목 둥치 밑에서
새의 주검이 발견되었다
시리게 부푼 자목련
닫아건 창을 향해
붉은 망울 터뜨릴 때
문득, 허공이 떨구는
희디흰 깃털 하나
죽은 새도 거두지 못한
나무의 무덤을 본다
감을 보다
오
오오!
하늘마저 뒤집혀
웅웅웅
어두운 가슴에
와-
걸리는
환한
등불이여
강희안․
1965년 대전 출생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거미는 몸에 산다 등 ․저서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등
추천31
- 이전글16호 신작시/김정수 08.02.23
- 다음글16호 신작시/박재화 08.02.2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