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16호 신작시/김삼환
페이지 정보

본문
김삼환
土偶․16
주물 제작하듯이
지금 내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이대로 식힌다면
악취가 진동하는 몸을 비벼
내가 함부로 꿈꾸며 오르려 했던 그 나무
온갖 감언이설에 속은 내 자폐의 일기와
그 혐의를 증거할 턱 밑의 숱한 지문들
엇갈려 돌아가는 부실한 톱니바퀴로
한사코 변명하려 했던 눈가의 주름
순결하지 못한 피
흔들리며 살았던 심장의 퍼덕거림
적당한 거리를 수시로 왕복한 마음과
그것이 움직였던 갈짓자의 흔적이
굳어진
길
土偶․17
중심이 잡히지 않는
내 방 구석구석
켜켜이 쌓여가는 먼지
그 먼지 위에
허물 벗듯 벗어 던진
내 살비늘이 차곡차곡 얹혀질 때마다
슬며시 침입하는
아침 햇살이 스멀스멀 파고들어
감춰진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허약한 나무에서 좋은 열매 맺기를
강변하는 정욕의 흔적이
굳어지고 있는
김삼환․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적막을 줍는 새 등
추천20
- 이전글16호 신작시/윤관영 08.02.23
- 다음글16호 신작시/황희순 08.02.2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