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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신작시/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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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메아리 림니림니
누가 무엇이 그립니? 내게 물으면
무엇이 그립니 림니림니
나는 메아리를 깨운다
산이란 산 모두-두두
바다란 바다 모두-두두
앞산에서 동산 동산을 넘어
아-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내가 가보지 못한
산맥과 대륙을 지나
쿤둔의 산봉우리 우리-우리
언제부터인가 나의 그리움
개체가 아니고 덩어리
서해를 넘어 위도와 경도
파도 끝에서 철썩이는 모든 대주(大州)와 대양(大洋)으로
얼굴이 아니라 꽃다발과 가슴
케익을 자르던 그곳이 아니라
빵 굽는 마을을 돌아 북 아일랜드 랜드-랜드
광활한 평원
언제부터인가 내 그리움의 범위
창세기로부터 먼 은하계까지
떠돌이별의 방랑벽으로부터 만유인력의 사과나무까지
낙하하는 꽃들의 어지럼증 어지럼증
누가 내게 무엇이 그립니 림니림니
메아리를 보내면
모든 한나절과 모든 무렵들
시간 아닌 게 없으므로
숨과 숨 사이
생명 아닌 게 없으므로
터널
터널을 들어서는 순간 나는 압류된다 나의 오른쪽과 왼쪽이 없어지고 악착같이 따라붙는 나의 등 뒤 검은 셔터가 내려진다 고정된 눈동자가 화살로 꽂히는 지점 조여드는 터널이 나를 밀어붙인다 네 개의 방향이 탈주를 시도하는 지점, 반달 모양의 출구가 나타나고 라이트를 끄시오! 나는 매번 끄는 것을 잊는다 누군가가 손짓으로 시늉을 한다 라이트를 끄시오!
내 안에 나를 결박하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내 안에 터널을 파고 있다 출구가 없는 터널을 파고 있다 출구가 없는 터널 속에 내가 갇혀 있다 내 속에 터널이 갇혀 있다 반달모양의 출구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온다 라이트를 끄시오! 당신을 끄시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늪이 있다
흐르지 못한 피가 있다
김영미․
1998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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