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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2004년 가을호) 대학생의 독서 일기/손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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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2,259회 작성일 06-11-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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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니어링 자서전(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실천문학사, 2000)


신념에 따르는 삶


손남훈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녹색빛이 가득한 한적한 곳에서의 휴식을 바란다. 개울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그늘에 누워 한적하게 경치를 감상하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한다. 장 폴 사르트르처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이러한 자연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연과 함께 동화되어 살아가는 사람-흔히 우리는 ‘은둔자’라고 생각하는-을 보면 괜시리 부럽기도 하고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처럼 우리 역시도 언젠가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가 본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에 널리 알려진 인물 중 하나가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이다. 이들의 삶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도시의 편리한 생활을 버리고 시골생활을 하면서 소박하고도 겸손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생태철학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 이 부부의 이야기를 나는 처음에 단순히, 패배자의 자기변명과 합리화에 따른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스콧 니어링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보면, 그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헬렌을 만나 시골에서 생활을 했고 이는 당시의 미국에서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반골적 성향(사회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의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에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하기에 수업 시간에 교수님의 강의 내용에 대하여 이 부부는 우리가 받아야 할 수업 내용에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아직 『조화로운 삶』이나 『스콧 니어링 자서전』과 같은 책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몇 시간의 수업 내용을 통해서 편견투성이의 오만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나는 사람의 행동과 말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믿음이나 신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 그 종교에 대한 신앙에 따라 자신의 삶에 잣대를 들이대듯 말이다. 그런데 믿음이나 신념은 결국 아무런 근거를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 대하여 아무 근거 없이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 속에 논리를 부여하고 합리성을 따진다. 그러한 논리와 합리성이 얼마만큼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이 있고 정치적인 파장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어떠한 면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스콧과 헬렌의 삶은 이러한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은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하여 반감을 갖고 그것이 가져다 줄 더 큰 폐해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면서 그들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당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은 그러한 그의 삶과 생각의 근본과 배경을 잘 보여주는 좋은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자신의 아동기 때부터 노년기에 걸친 자신의 삶을 당대의 시대 상황과 관련지어 조곤조곤히 들려준다. 그러다가 뒷부분에서는 자신의 신념과 사상, 가치 체계를 내세우면서 현재의 상황과 정치, 문화, 군사, 사회 체제 등에 대하여 종합적인 비판을 한다. 단순히 사회주의가 옳고 자본주의는 그르다는 식이 아니라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하여 통찰력 있는 바라보기를 통하여 정확히 그 본질을 짚어내어 문제점을 드러내고 대안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그의 말마따나 ‘싸움’이며, 단지 관념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것은 때로는 쉽고도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것이지만, 때로는 내가 따라가기에는 버거운 면도 있었다. 하기야 한 사람의 일생을 건 신념을 단지 하루 이틀 안에 다 이해하고 그것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오히려 그것이 거짓말이 될 것이기에, 그의 삶의 방식처럼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다시 한 번 음미하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그와 아내인 헬렌의 삶의 방식을 보면서 동양의 노자나 장자를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노장사상과 스콧의 생각은 스펙트럼이 많이 다르다. 노자나 장자가 풍자와 조롱 그리고 재치 있는 글쓰기로 당대 사회의 그릇됨을 꼬집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을 진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스콧과 헬렌은 무엇보다 기존 체제에 대한 환멸과 저항의식을 바탕으로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삶을 일반인들에게 제시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조화롭고 완전한 삶에 대한 희망과 그 유연한 모양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둘은 많이 닮아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가장 먼저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떠올렸다. 당신들의 말마따나 ‘촌구석 무지랭이’인 그 분들이야말로 어쩌면 스콧이 말하는 삶을 몸소 보여주시는 분들이 아닐까 해서 말이다. 물론 그 분들이 스콧이나 헬렌처럼, 그리고 그들의 삶을 모범으로 하여 살려하는 자들처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시골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 당장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시골에 계신 분들은 도시인들의 그것보다야 훨씬 스콧의 생각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나 역시 시골 생활을 동경하고 돌아가길 희망하는 한 사람으로서 스콧 자서전과 그의 삶의 방향은 잘 닦인 첩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가 보여주었던 삶과 사회 문제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고민 없이 다만 낭만적이고 다분히 풍류적인 생각으로 그의 길을 따라 접어들려고 한다면, 혹은 패배주의자의 별다르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대안이라는 생각으로 그와 같은 삶을 살아보려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은 화려한 문명세계 이면에 감추어진 추악한 본질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삶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던 한 사람의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겐 뜻 깊은 책이 될 수 있었다. 우리 역시 꼭 그와 같은 삶은 아니지만, 늘 치열하게 자신과 세상에 대한 고민과 행동을 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추천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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