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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신작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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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아버지의 손바닥
손바닥으로 아들놈 등 쓸어주는데
손톱을 세우란다
손바닥이 얼마나 시원한데
손톱은 금세 더 가려워진단다
해도 대구 보채쌓는다
마지못해 손톱을 세워 살살 긁으면
나 어릴 적 썩썩 등 쓸어주시던
아버지 손바닥 생각
한가득 보풀이 일어
한번 움직일 때마다
밭고랑 억센 바랭이들 순하게 눕고
벼논의 모들은 귀 총총 세우고
푸르게 일어섰지
아버지 손바닥 따라
나는 참 순순히 잠이 들었다
손톱을 세워 아들놈 등 긁어주며
자랄 새 없이 닳아져서
당최 내세울 바 없던
아버지 무딘 손톱과
잠결에서도 내 등 마당에
댑싸리빗자루처럼 쓸리던
손바닥 소리를 듣는다
젖
강아지들만 있는 데서
쩝쩝 젖 빠는 소리가 난다
어미개는 없는데
가만 들여다보니
흰둥이 거시기를 검둥이가
쭉 쭉 쭉 쭉
빨아대는 것이다
자기 거시기를
누이가 어미 젖꼭지인 줄 여기는 대로
흰둥이는 또 거기에 대고 뒤로 자빠져
나 몰라라 젖을 물리는 것이다
이 안
․충북 제천 출생
․199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목마른 우물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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