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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신작시/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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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1,866회 작성일 06-11-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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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어구차게* 비가 옵니다
창 밖으로 손을 내밀자, 흐르는 빗줄기
혈관을 타고 점령군처럼 몸속을 침투합니다
오랜 가뭄에 비비, 틀어진
창자들이 비를 빨아들입니다
쩍쩍 금이 간 하수도에
급기야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몸속의 흙탕물이 흘러내려 변기를 붉게 물들입니다
며칠 전 늙은 내과 의사는 술을 끊으라고 충고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보험도 소용없을 거라고,
사실은 의료보험증을 빌렸습니다
무서워, 붉은 커튼을 칩니다
창 밖의 비는 멎었지만
제 안의 계곡을 빠져나가는 물줄기는
방안을 적조의 바다로 색칠하고 있습니다
옥탑방이 둥둥 떠내려갑니다
외항선처럼 부서진 다리미가 떠다니고
적조로 뚜껑을 쩍 벌린 양식장 굴처럼
곰팡이 핀 밥통이 심해로 가라앉습니다
구겨진 독촉장을 펴듯 돛을 올린
신발을 얻어 타고 어디론가 떠내려갑니다

        *‘억세게’라는 남도 방언



수평선 다방


찻잔에 출렁이는 수평선을 마셔 보셨나요?

남면 파도리 외딴 다방에 앉아
뭍에서 훔쳐온 섬을 방생하는 시인 하나,
미끼도 없이 입질하는 시 한 줄 낚아 올립니다
질겅질겅 아카시아 껌을 씹으며 마을회관으로
배달 나간 아가씨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녹차보다 진한 쪽빛 바다를 털어 마시고
후, 뿜어낸 담배 연기 가물거리는
수평선을 끓여 파는 섬마을 다방
털 빠진 갈매기로 늙어버린 마담은 총각 시인의
옷자락에 번들번들 부리를 닦습니다
훅, 갈매기도 비린내를 흘립니다 출항을
서두르는 뱃고동이 두근두근 울립니다

해일이 지나간 유리창 너머 시샘난 구름이 눈을 흘깁니다



서동인
․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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