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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특집/현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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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04회 작성일 06-03-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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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디지털 테크놀로지 수용 방식과 배급의 문제점

현승훈



1.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자율성
지금 인간의 모든 삶의 조건, 즉 문화, 사회, 정치 등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주범은 바로 디지털이라는 괴물이다. 이 괴물이 부리는 요술은 무궁무진하다. 데이터의 빠른 전송망은 시간과 공간 개념을 바꾸어 놓았고, 시간의 속도는 디지털의 탄력을 받아 더욱더 빠르게 나아가고 있으며, 공간의 거리 차는 더욱더 미세한 틈으로 좁혀지고 있다. 또한 실시간이 인간의 활동 영역을 지배하고, 의식은 0과 1의 2진법 공간에서 한없이 허우적거리고 있다. 빠른 속도의 물체가 가까이서 움직일 때 느껴지는 체감 속도가 어마어마하듯, 그 변화의 속도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디지털의 속도는 빠르며,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정보의 순간 포착은 불가능해진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여 대상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물의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관찰하고 사유하며 그 방향을 따라가 객관적 삶의 지위를 평가하거나, 새로운 문화적 지형을 구축해 나가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많은 변화로 요동치고 있다. 디지털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중심축에 서 있다. 일상에서 테크놀로지에 대한 발견과 월등한 기술을 습득하지 않고서는 이제 대부분의 인간은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가속도를 쉽게 포착해 내지 못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는 문화와 사회를 포함한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해당 사항이다. 기술이 인간을 앞질러 가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쫓아가야만 한다. 그로 인해 인간의 자율성은 기술 혁명의 바람에 맨몸으로 노출되어 2진법의 좌표 공간으로 뿔뿔이 날아가 버리게 된다.
이처럼 디지털로 인한 정보화 사회는 전반적인 문화의 환경을 변화시키며, 예술 시장과 사람들의 의식 구조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이에 과감히 투자된 자본이 새로운 감성을 낳고, 문화예술의 내용이나 의미를 변화시킨다. 결국 우수한 자본과 인력 그리고 아이디어를 취득한 집단만이 기술 경쟁의 과부하가 걸린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또 하나의 차별을 낳을 것이 확연하다.
2. 독립영화 진영의 디지털 시스템 활용의 문제
국내에서 디지털 비디오로 제작된 영화는 대략 1990년대 말 무렵부터 독립영화 집단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십만원비디오페스티벌과 인디포럼, 그리고 전주 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섹션 등을 통해 많은 수의 디지털로 제작된 작품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은 아직까지 낯선 현상에 가깝다. 디지털 비디오의 활용이나 테크놀로지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거나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디지털이 영화와 맺고 있는 관계가 분명하게 논의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디지털 제작을 위한 저가의 제작 도구들의 활용이 과연 영화를 위해 개발되고 쓰이는지, 아니면 방송을 위해 개발된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산업의 경우 DVD, 애니메이션, TV만을 놓고 봤을 때, 그 규모는 지난해 297억3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07년경에는 554억62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디지털 방송에 대한 투자를 통한 거대 이윤의 창출 가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는 반대로 주류 영화산업에서의 디지털은 방송과는 다르게 영화의 배급 전송 체계를 위한 암호와 고화질 압축 그리고 스크린 영사를 위한 서버와 프로젝터의 기술적 표준화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 느리게 보급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개발의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배급과 상영에 대한 디지털 기술 표준이 확고하게 정착된다면 영화 배급을 위한 비용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에 있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현재 디지털 영상시장에 대한 핵심 기술의 개발과 연구는 방송과 상업 영화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발전과 기대의 측면에서 보자면, 디지털 영상산업은 막대한 소비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임에 틀림없다. 기술 개발의 모든 것은 전적으로 상업적 영역에서만 해당하는 사항인 반면, 이와 달리 저예산 독립영화의 디지털 시스템은 이미지 창작의 손쉬운 접근 가능성을 통해 잠재적으로는 일반 대중을 이미지 창조의 예술가로 만들어내었다. 그뿐 아니다. 영화 제작의 대중화와 더불어 상업영화와 구별되는 매체적인 독립성이라는 큰 수확을 거두기도 하였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생산을 위한 지속적인 자본 공급과 회전이 부재하고 필연적으로 자본에 종속된 테크놀로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자적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재생산을 위한 배급 창구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회화나 조각에 있어 전시회가 예술가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기능과 함께 예술인들과 일반인들의 예술적 공감을 공유하는 무대로 활용되듯이 제작된 영화가 자유롭게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상영 공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저예산의 디지털 영상 제작을 예술영화의 생존 대안으로 들고 나온 독립영화 진영의 경우 이러한 공간 확보가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제한된 경우가 많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제한적인 상영 공간으로 인해 노동사회 단체 및 인권 단체, 환경 단체 등 대안적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한 배급은 아예 단절되어 있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립영화의 디지털 영화 제작 보급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화 제작 과정의 전반에 걸친 치밀한 대안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불과 몇 년 전 그렇게 떠들어대던, ‘이제는 디지털 영화의 시대’는 결코 오지 않았다. 이제까지 국내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영화제가 아니면 필름 시스템으로 세팅이 되어 있는 기존의 배급 체계 기준을 따라 디지털 영화들의 보급을 실천해 왔다.
이는 많은 수의 디지털 영화들을 다시 필름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비되며 영상의 퀄리티의 문제에 있어서도 디지털 영상물을 디지털 프로젝터로 상영하는 것에 비해 화질 면에 있어서 더 저급하게 표현된다.(키네코 전환 시 겪게 되는 화질의 1차 제너레이션 로스와 극장용 릴리즈 필름을 만들기 위한 복사 작업에서의 또 한번의 제너레이션과 생기게 된다.) 또 극장에 배급이 된다고 할지라도 기존의 스크린 수와 상영일수 면에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제작비를 들인 상업영화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디지털 영화는 지금 고립무원의 입장에 처해 있다. 몇 년 전 쉼 없이 만들던, 충무로의 대안 같았던, 상업영화계의 디지털 영화 바람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고, 그것을 대안이라고 외치던 비평가의 목소리도 사라져 버렸다.
이처럼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디지털 독립영화의 보급화를 위한 기존의 노력을 저예산 제작 체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디지털 소스의 효율적 배급과 이를 통한 재생산 구조의 활성화 문제를 간과하고 넘어간 것이다. 배급은 최종적인 자본 투자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재생산의 근거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배급이 실패하면 영화의 제작비용과 기술투자비용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되고 있는 디지털을 위한 자본과 기술력은 궁극적으로 배급 상영에 그 포인트를 두고 모든 실험을 행해 왔다. 현재 충무로나 대기업의 자본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의 배급 라인은 영화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국내의 경우 해마다 상업영화의 3배수 이상의 독립영화들이 제작되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들이 극장이나 기타 상업 라인을 이용하여 배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자본이 상대적으로 적다하여도 영화는 다른 장르의 예술 작품 생산에 비해 많은 수의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돈을 가지고 평생 영화만을 맘 편히 찍으며 살 수 있는 형편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지금처럼 변변한 제작자가 없는 현실에서, 독립 영화인들 대부분은 자금 확보를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돌아다녀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해마다 많은 수의 독립 영화인들은 관객과 투자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영화제에 몰리게 된다. 영화제는 자신의 영화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영화제 측에서는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공급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것이지만, 영화제만이라도 자신의 작품이 간택되길 바라는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어찌 보면 자신의 생계와도 관련된 문제이기에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두 관계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공생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생관계의 형성은 독립영화의 질적 발전에 때로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자유로운 창작 의지가 결여된 실천, 즉 영화제를 위한 영화를 만드는 병폐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디지털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려 했던 창작의 다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영화제 덕분에 충분한 공급의 창출은 가능해졌지만, 소비의 물고가 좁은 상황에서 다양성은 점점 더 요원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는 최종 배급 창구로써 기능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디지털 독립영화는 디지털이라는 테크놀로지의 이점을 살려 기존 상업영화와는 다른 배급 창구를 확보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논리가 자본의 논리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얽혀있다면, 자본에 갇혀진 틀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독립 영화인들은 철저히 그 자본에 의해 주입된 논리를 이용하면서 자신들만의 자발적인 삶의 의지를 터득해야 한다.

3. 대안 배급 체계로서 E-Cinema(Electronic Cinema)
디지털은 기술적으로 볼 때 필름과 달리 복사와 전송이 자유로운 특징이 있다. 최종 마스터본과 복사본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고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운반을 위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디지털로 제작된 소스는 다양한 컨텐츠 상영을 가능하게 만들며 여러 창구를 통한 실시간 동시개봉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간단히 집에서 제작한 홈비디오 영상물을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에게 보낸다고 가정해 보자. 이 작업을 위해 먼저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하고 개인용 PC로 편집하여 이를 압축 처리한 후 작은 CD에 담거나 아니면 VHS비디오테이프에 담아 우편으로 보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이 영화 배급 면에서 기존의 원시적인 배급망이라 한다면, CD로 담겨진 압축된 영상소스를 인터넷 P2P방식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해주는 것은 보다 발전된 디지털 영화 배급망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송망을 통한 영화의 배급은 미래에 가장 기대되는 영화산업 테크놀로지인데, 상영되는 포맷과 방식을 기준으로 D-Cinema(Digital Cinema)와 E-Cinema(Electronic Cinema)로 나눈다.
D-Cinema의 경우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Kodak이나 Technicolor 그리고 Boeing 등 미국의 영화 필름 관련업체와 통신업체의 주도하에 개발되었으며, 현재 기술 사항에 대한 몇몇 부분의 표준화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 이미 상용화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이는 앞으로의 극장 산업과 배급 구조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복사와 운송으로 인한 배급소모비용을 줄이고 고화질의 영상 이미지를 가진 디지털 영화를 위성이나 광케이블을 통하여 전 세계 동시에 개봉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극장 문화를 모조리 바꿀 수도 있는 혁신이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에 있어 많은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상업극장과 배급 라인 위주로 보급화가 이루어지리라 예상되기도 한다.
디지털 시네마 배급시스템 구성도-Kodak


이와는 다르게 유럽에서는 E-Cinema(Electronic Cinema)라는 새로운 표준 포맷을 제정하여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D-Cinema(Digital Cinema)의 기술 표준화의 논의 체계를 유럽 영화시장에 맞게 수정한 바 있다. E-Cinema는 디지털 영화 배급 시스템을 위한 자본 투자를 줄이고 기존에 이미 개발된 저가의 디지털 방송, 통신, 영사장비를 이용하여 유럽의 저예산 영화 독자적인 배급망을 구축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이해를 위해 두 시스템을 간단히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Technology Level
스크린크기/해상도
공급되는 컨텐츠
배급되는 지역
기술표준안
특징
D-Cinma
1

10m에서 15m/
최소 2K에서 최대 4K(2:1의 화면비)
개봉 영화
개봉관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와 SMPTE가 혼합된 형태.
*DLP영사 시스템이나 D-ILA영사 시스템이 기본으로 채택된다.
Data Sever Model
2
최소 1.3K에서 최대 2K(2:1의 화면비)
재개봉영화
재개봉관
E-Cinema
3
6m에서 8m/
HDTV 표준
(16:9의 화면
비)
독립, 예술영화/각종 예술 장르의 라이브 공연/스포츠/국제회의 등
지역 시네마데크/라이브 전용 소극장 등
*DVB(Digital Video & Broadcasting)또는 DVD 전송 표준 비트레이트 사용
*저가용 DLP프로젝터 또는 LCD프로젝터를 기본 사양으로 한다.
Broadcast Server Model
4
SDTV 표준
(16:9 혹은 4:3의 화면비)
소규모 펍/ 학교
D-Cinema와 E-Cinema의 기술 표준안 비교


이와 같은 E-Cinema 디지털 영화의 기본 인프라 구축은 지역 문화센터나 시민회관의 시설을 이용하여 저가의 디지털 프로젝터를 활용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기술 개발의 문제에 있어서는 기존의 통신망과 방송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이미 방송용으로 개발된 저가의 디지털 영상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프랑스는 이미 7년 전부터 중소도시의 시민회관이나 기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300여 개 이상의 저가형 프로젝트를 공급하여 독립영화, 오페라, 팝 콘서트와 같은 공연행사를 E-Cinema 네트워크 망을 이용하여 상영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도 Docuzone이라는 다큐멘터리 전용 채널을 구축하고 다큐멘터리 전용 상영관으로써 E-Cinema 배급망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E-Cinema 디지털 네트워크망은 기존의 상업 배급망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컨텐츠를 값싼 방법으로 손쉽게 배급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필름 배급으로 인한 비용 손실을 줄이면서 영화 외에 다른 문화산업을 극장망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새로운 틈새 전략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출현한다는 것은, 노동량과 자본의 투자를 상대적으로 줄이면서 보다 매체적인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동시에 기술 진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디지털 영화의 보급을 위하여 기존 매체의 기술 방식을 차용하되 실제적인 실천의 영역에 있어서는 다른 방법으로 그 기술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유럽의 경우에서처럼 기존의 상업기술과 공공기관 그리고 공공기관과 제작자를 연결하는 일련의 네트워크망을 통해 그들만의 독립적이며, 안정적인 영화제작의 배급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의 한국처럼 영화제에만 기댄 배급 방식으로는 도저히 독립영화가 살아남을 수 없다.



4. 디지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16mm가 처음 등장했을 때, 영화인들은 카메라의 기동성과 저렴한 제작비 때문에 독립성을 가지고 자유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6mm로 제작된 영화는 장편영화는 물론이고 단편영화 제작에 있어서도 점차 그 제작편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미세한 색 표현과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가진 35mm 필름의 상업시장과 디지털 DV라는 새로운 대안 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그 효용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를 기준으로 보다 앞선 미래의 기술 발전을 예측해 보았을 때, 이와 같은 35mm와 저예산 디지털 영화 역시 고화질의 디지털 시네마와 HD에 밀려 8mm와 16mm 필름 영화의 경우에서처럼 차츰 그 가치를 상실해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은 영원히 멈추지 않은 기술이다. 끊임없이 개발되어 해마다 많은 엄청난 수의 상품들이 시장 장악을 위해 쏟아져 나올 것이며. 이에 디지털은 독립영화 진영이든 주류 상업영화에서든 미학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엄청난 수혜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기술력을 이해하고 자신의 조건에 맞는 시스템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조건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는 곧 기술과 효율적 운영을 위한 고민의 시간이 요구되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을 예술에서의 진보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지털의 효용 가치를 인식하고 적극적인 실천 전략을 위한 고민의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하나의 붐으로 형성된 디지털 영화는 지금 관심의 영역 밖에 있거나, 아니면 발달된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무관심의 영역으로 밀려났다.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얽매어 힘겹게 따라가기보다는 잠시 멈추어 현재의 시점을 다시 돌아보고 독립영화의 각 제작주체들이 디지털 배급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경험을 일반화시켜 가능한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며 실천해야 나가야 한다.
자동차는 말보다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말과 달리 많은 돈을 들여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찌 보면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최종 목적지를 향한 긴 여정에 있어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 결코 다듬어지지 않은 비포장 산길이었다면, 우리는 과감히 빠르게 잘 닦인 아스팔트를 지나가는 자동차를 버리고 말안장에 올라타 그 지름길로 달려가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디지털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되는 것이다. 정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요란한 외침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차분하게 성찰하고 돌아보며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다.

■참고 자료

․저예산 디지털 영화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연구보고 2000-1.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 상영관의 변천과 발전방안, 연구보고 2001-12. 문화관광부
․현승훈(1999), ‘영화제작시스템의 디지털화에 따른 제작기술 연구 분석’, 동국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현승훈, ‘디지털 배급 시스템 연구’, 영상기술학회, 영상기술 4호.

․Angelo D'Alessio(2003), “Digital Cinematography Today and Tomorrow -An Overview on Italy", 2003 EDCF Meeting in IBC Amsterdam.
․Boeing Digital Cinema(2002), “Boeing Unveils New Satellite-to-Theater System."
․EDCF(2002) “IBC2002 Agenda and Brochure", IBC 2002.
․J. A. Clark(2002), “Pracical Digital Cinema Distribution in an Evolving Technology Environment." GrassValley whitepaper.
․James Clark(2003), “Digital Server Technology and the Digital Cinema Revolution", Grass Valley Group
․Matthew Cowan(2003), “Digital Cinema's Special ‘K'", Millimeter
․Mike Katz(2002), “Digital Cinema: Breaking the Logjam", Booz Allen Hamilton Inc,
․P. D. Lubell(2000) “A coming attraction: D-cinema", IEEE Spectrum.
․Patrick von(2002), “Digital Cinema - Outlook & Implications", Screendigest
․http://www.mkpe.com/articles/ShoWest_2001/showest_2001.htm․http://www.dlp.com  ․http:// www.jvc.com  ․http://www.technicolor.com
․http://www.barco.com  ․http://www.kodak.com

현승훈․
번역서 '디지털 넌리니어 영상편집의 이론과 기술'/목원대 영화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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