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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신작시/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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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1,953회 작성일 06-11-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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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

未畢


나는 개구리라는 말로 개구리를 보고 있었다 올챙이라는 말로 올챙이도 물론 줄창 그리하였다 망개나무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망개나무 열매가 빠알갛게 눈 맞고 서 있다고까지 쓴 걸 보면 알쪼다 애인이라는 말로만 애인까지 껴안고 있었던 걸 보면 더욱 알쪼다 개구리도 올챙이도 제대로 알았을 리가 만무하다 나의 애인들은 사흘이 멀다 하고 떠나가 버렸다 지리산 꽝꽝나무라고 쓴 적도 있는데 그건 더욱 캄캄이었다 이젠 개구리로 개구리를 보고 올챙이는 물론 망개나무도 망개나무로 보고 있다 안경도 쓰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다 보여서 떳떳하다 도감도 찾아보았고 실물도 속리산 가서 확인하였다 망개나무 자생지는 속리산이다 애인과 꽝꽝나무는 아직 未畢로 남아 있다 할 일이 남아 있다 미필이 힘이 된다 특히 애인이 생기면 애인을 애인으로 껴안을 작정이다 別定도 있다 어려서부터 드나든 안성 칠장사 그 소나무는 그때도 미필이 아니었다 그가 돈독하게 손잡는 허공까지 상세하게 보았다 나는 거기 胎生이다



별 없는 하늘


우리 시에 마침표가 줄어들고 있다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뀌면서부터 쓰이기 시작했던 온점 마침표, 그래 서양나라 말 피리어드 그건 이제 옛말이다 대부분 종적이 묘연해졌다 나는 놀란다 내가 시에서 처음 그 짓을 할 무렵엔 동그라미 까만 점들이 단단한 쥐눈이콩알들이 세상 가득 반짝거려, 생쥐떼들의 눈알들로 반짝거려 발길 놓을 틈이 없어서였는데 숨이 막혀서였는데 곳곳이 길이 막혀서였는데 어디로 몽땅 수거시켜 가 버렸나 휑하다 할 수 있다 나는 놀란다 문제는 나날이 길이 새로 막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팎으로 막힌다는 사실이다 내가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한참 되었다 밤마다 하늘 가득 찍고 있었던 빛의 마침표들 그것들마저 이젠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걸 몰랐다 그것들이 우리네 길라잡이였음을 모르고 있었다 대청봉이나 올라 하늘 바로 아래 신발 벗고 바로 누우면 모를까 별 없는 하늘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날이 길이 새로 막히게 되었다

(*改稿)


정진규
․1939년 경기 안성 출생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몸詩] [알詩] [도둑이 다녀가셨다] [本色]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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