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15호 신작시/정수자
페이지 정보

본문
정수자․
섬, 일요일 오전
세상이 하, 통째로 망명이라도 갔나보다
바람만 몽유처럼 실눈으로 스쳐갈 뿐
간간이 울던 전화도 바위거니 엎뎌 있다
귀먹은 메아리뿐인 이승의 한 귀퉁이서
섬처럼 오롯 앉아 삼키는 떫은 이름
모두들 제 별에 들어 별이라도 낳나보다
고인돌
풍장에서 매장으로 긴 길을 헤적이며
일련번호가 매겨진 고인돌 군을 본다
누천년 주검의 집에 뿌리 내린 시간을
불시에 따라 묻힌 권속들의 신음을
풍상에 되새기듯 으늑한 저 표정이
일몰을 휘감고 앉은 마지막 족장 같다
그러나 앉은 채로 풍화를 꿈꾸기엔
순장의 침묵이 비명보다 깊어서
아직도 눈뜬 주검의 주문을 받는다고
밤이면 그 혼일랑 모조리 들쳐 업고
청동기 우물께로 마실 다녀오는지
육중한 죽지 안쪽에 바람이 그득하다
정수자
․1984년 세종숭모제 백일장 장원 등단
․시집 [저녁의 뒷모습] 등
추천31
- 이전글15호 신작시/양영길 06.11.08
- 다음글15호 신작시/박찬 06.11.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