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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신작시/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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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2,204회 작성일 06-11-0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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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치명적


가끔 질문하고 싶다
꿈아, 내가 왜 옷을 벗고 연못으로 내려가고 있니
그 남자 내게 노른자 흰자 다 터진 계란을 던지는 거니
뒤축 다 닳은 슬리퍼 끌고 물풀 걷으며
검은 동공처럼 닫힌 물 열면
꿈아, 거기 왜 내 집이 있니
그 남자 왜 주사기 내 눈에 들이대는 거니
아버지 왜 내게 시 쓴 갱지 들이미는 거니
꿈아, 가끔 질문하고 싶다
도발적으로,
닫힌 물 안 내 집 물거울 속에
죽은 오필리어처럼 오필리어처럼
두 눈 다 빼놓고 내가 왜 꽃침대에 누워 있는 거니






멀미한다


나는 늘 멀미한다 차멀미, 배멀미는 물론 장마 뒤 너무 쉽게 쑥쑥 자란 풀 보면 풀멀미도 한다 길멀미, 산멀미, 바다멀미도 한다 가끔 술 마시다 술멀미하려는데 하이데거가 말은 언어의 집이다 속삭이면 사람멀미도 한다 그땐 말이 언어를 토한 것처럼 내 속 비좁다 떠나간 사람이 안녕! 돌아선 역이 떠올라 역겨워 역겨워 역멀미도 한다 그래서 네가 말을 아니? 시비 건다 뛰는 말 먹는 말 하는 말 하지 못할 말 해서는 안 될 말 말멀미도 한다 네가 말맛을 아니? 말멀미, 언어멀미인 것이다 그때부터 며칠 현란하게 어지럽게 울컥 토해도 도대체 멈춰지지 않는 멀미, 결국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멀미한다 미치는 것, 미쳐가는 것, 아악! 이래도 미쳐지지 않는 것, 그때 옆집 아줌마 아기 업고 놀러오면, 칠 개월 된 아기 옹알이 보면, 그 아기 손잡고 쎄쎄쎄하면 멀미 간다 갔다가 어두워지면 다시 돌아온다




박미영
․대구 출생
․1997년 ≪시와 반지≫로 등단
․시집 [비열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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