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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신작시/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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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정육점에서
보라!
저, 핏빛 진열장 속에
칸나처럼 솟구쳐 오르는
누군가의
팔, 다리, 엉덩이, 젖가슴!
근대……
허리가 활처럼 휘고 눈이 한쪽 찌그러진
녹슨 청동 부조 같은 할머니가 근대밭에서
이봐, 근대 알어 근대?
된장 풀어 국 끓이면 맛있어…… 근대……
무쳐 먹어도 맛있고……
할머니, 근대, 꼭 시금치 같네요
아녀 시금치보다 크구 질쭉허지…… 더 넙적허기도 허구
비닐하우스 속에서 4열 종대로……
近代史의 무슨 행군처럼 싯푸르게 서 있는
근대…… 속에 머리를 박은 할머니,
이것들…… 햇빛을 못 보니께 더 싯푸른 거 같어……
햇빛 본 놈들보다 힘은 읍지뭐……
맛도 덜 허구……근대…… 뭣이든 비바람 맞어야 제맛이 나는디……
수세기 녹슨 청동의 손이 근대의 대가리를 썩뚝
썩뚝! 자르며
이경림
․1989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토씨찾기' 등
․시시산문집ꡔ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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