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14호 신작시/배경숙
페이지 정보

본문
배경숙
인성문 가는 길
그 길은 완곡하게 굽어지고
또 구부러져
모롱이를 넘어가는 그 무엇도
기다릴 수 있었다
포플러와 벚나무가 줄을 이어 앞서는
빛이 풍경을 따라 만날 것이었다
나는 늘 그 길로 오르는 꿈을 꾸었다
발아하는 한 세계가 늘 궁금한
저 산 너머와 이곳의 나와
어떤 퇴적의 시간과 무덤들이
어떻게 삶과 죽음의 별자리를 바꾸는지
내가 어른이 되어 돌아오는 길도
방금 지나친 골목길처럼
언제나 그 길이었다
꽃나무가 환해지는 그 순간의 정체를……
인생문 그 길로 불러내고 있었다
괜히 부러운 것들
윤자 엄마는 과부 영희 엄마는 계모 윤자네에는 늘 정수장으로 파견 나온 공군 아저씨들이 와서 살았다 김 일병은 문자와 행자 언니와도 잘 놀아주고 이 하사는 내의바람으로 윤자네 다다미방에 앉아 있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엄마들의 입방아 소리 뒤에서 청상인 할머니는 혀를 차댔다 영희 오빠 철규는 영희와 내가 엄지손톱으로 딱딱거리며 내복 솔기에 박힌 이를 피나게 잡아주었는데 늘 내 동생 재호하고만 놀았다 나는 윤자네 남자도 철규 오빠도 왜 나와 동무를 안 하는지 오빠가 없는 나는 그게 맨날 시큰둥했다 윤자네가 관사를 비우라는 독촉에 하는 수 없이 이사를 가던 날 나는 군인 아저씨도 함께 가는지 그것만 궁금했다
배경숙
․1991년 ≪창조문학≫으로 등단
․시집 ꡔ멀리서도 보이는 이별ꡕ 등
추천25
- 이전글14호 신작시/반칠환 05.05.30
- 다음글14호 신작시/박형준 05.05.3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