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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신직사/이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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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17회 작성일 05-05-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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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

장마


사랑에 빠지느라 꽃에 물 주지 못했다. 베란다의 꽃
장마 내내 말라간다. 꽃의 신음을 등뒤로 흔들의자에 앉아
긴긴 전화를 걸었다. 창유리에 퍼붓는 시원한 비.
꽃의 피안만을 건드리며 물방울 튀기며 흐르는 빗소리.

꽃에 물 주고 싶어졌을 때 꽃들의 혀는 우물 바닥 밑을
헤집고 있었고, 나의 사랑도 어두운 배를 타고 있었다.




호텔 사냥


카운터를 통과해야 하는
객실이나 고급 커피숍 아닌
라운지 소파에 앉는다.
세일즈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쉰다.
테이블이 몇 개,
물소가죽 소파가 어디에 몇 벌 놓였는지
하도 들락거려서 이 라운지는
거리처럼 익숙하다

빌딩들을 누비면서 나는
점점 그 일부를 거리로 빼돌린다.
라운지, 복도, 층계는 내게 거리이다.
엘리베이터도 거리다.
나의 거리가 넓어지고 깊어지고
오묘해진다. 거래처 임원실 행운목이
가로수마냥 푸들푸들하다.

호텔이 납작해진다.


이명훈
․1961년 충북 청주 출생
․2000년 ≪현대시≫ 등단  ․2002년 ≪문학사상사≫ 장편소설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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