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14호 신작시/박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20회 작성일 05-05-30 11:59

본문

박 철

외길



더듬거리며 간다

서울의 마지막 들판이라는 가양지구 논에는
공항동에서 방화동으로 잇는
외길이 있다
외길은 굴곡이 없고 오후의 적막만이 들길을 가르며
이승과 저승의 고리처럼 엄숙하게 누워 있다
그 길을 산책하는 사람은 대개 고혈압으로 한 번 쓰러진 사람이거나
아주 큰 병으로 삶의 안과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
지팡이를 짚고, 누군 항암 치료로 벙거지를 눌러 쓰고
또 누군 한쪽 손을 덜렁거리면서
더듬거리면서 주춤추춤
외길을 오가며
인생의 소중함과 삶의 경이를 잡는다
고통도 함께 느낀다

황량한 들판도 좋고 갈아엎는 3월의 햇살도 부럽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볏잎도 고마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외길을 간다
비록 한때는 서럽고 아쉬웠던 외길
나의 길
그 길을 떠나고 싶지 않아
황혼을 등에 지고 모든 정성을 다해
더듬거리며 간다





반듯하다
―후배 K에게



나도 이제 한마디 거들 나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한마디 하마
시를 쓰려거든 반듯하게 쓰자
곧거나 참되게 쓰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사진기 앞에 설 때
우뚝하니,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 멋쩍어서
일부러, 어거지로, 더욱 어색하게
셔터가 울리길 기다리며 몸을 움직인다
말 그대로 모션을 취하는 것이다

차라리 반듯하게 서자
촌스럽게, 어색하게, 부끄럽게
뻣뻣하게 서서 수줍으면 좀 어떠랴
이런 말 저런 이름 끌어다 얼기설기 엮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아닌 모션 취하지 말고
그냥 반듯하고 쉽게 쓰자


박 철
․서울 출생
․1987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ꡔ김포행 막차ꡕ 등

추천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