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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배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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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31회 작성일 05-03-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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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환

바다로 떠난 가을



가을이 바다로 떠난 후
빈들은 주인이 없다.

산에도 헐벗은 나무
바람을 막아주던 잎들이 떨어져나가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당신의 가을은 바다가 좋다고
바다로 떠났다.

바다로 떠난 가을 때문에
빈 가슴이다
빈 사랑이다.

바다의 살과 뼈가 좋아
가을은 바다로 떠났다.
바다의 피는 소금처럼 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을은 파도도,
무변도,
막막함도,
어둠도
한낱 무명이라고 말했다.





강가에 머무는 가을



가을이 강가에 머문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 버스를 타고 강가로 나갔습니다.
하늘은 청명합니다.
가을 하늘이 청명한 것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습니다.

가을은 정말로 강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이미 산의 정상은 겨울에 물려주고
들국화가 노랗게 핀 산기슭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빼앗기기만 하는 가을은
어쩌면 주기만 하고 떠나신 어머니와 똑같습니다.

가을은 강변의 갈대밭에 머물면서
갈대밭에 숨겨둔 칙칙한 빛깔의 빈 배를 수리하고 있었습니다.
쪽배에는 톰이 아닌 꿈속의 아내가 노를 잡고 있었습니다.
흘러 흘러서 바다로 갈 날을 고대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런 가을이 애처로웠습니다.
옷고름 물고 문설주 잡고 서있던 마을 누님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이웃 마을로 시집간 누님은
정말로 그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을의 잘 익은 과일처럼,
바다로 떠난 가을처럼 말입니다.

배인환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ꡔ길잡이ꡕ
수필집 ꡔ하늘에서 숲에 비를 뿌리듯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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