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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이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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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진
꽃을 낳는 여자
그녀는 다산성이다.
주둥이 없는 항아리가 발굴되기 시작한 이래, 무수한 항아리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그렇다. 차츰차츰 주둥이가 생기면서 형태도 자유스러워지고, 손잡이 장식이 편리해지는 그녀의 항아리 제작 과정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는 다 그녀의 익숙한 다산성 때문이다.
부여 국립박물관을 짧은 시간에 돌아 나오면서 난 그만 놀랐지만,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이 아니다. 정문을 빠져나와 나를 앞서가는 그녀는 봄 햇살 같은 즐문토기나 무슨무슨 호로 불리는 은빛 항아리를 여전히 낳고 있었다. 그녀의 도무지 알 수 없는 다산성의 깊이 난 확실히 놀란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그녀가 낳은 항아리 속에서 내가 양수를 들이켜며 꿈틀거리는 것이 그녀는 또 오늘밤 안으로 또 다른 나를, 찌그러졌거나 반쯤 구워진 나를 틀림없이 낳을 것이다.
月蝕
―한―여자가―옷을―벗으며―지구의―희미한―그림자―속으로―들어가네―얼마―후―주섬주섬―옷을―걸쳐―입고―내가―더욱더―푸르러진―내가―달의―문을―열며―지구의―반대편―쪽―밖으로―나오네―
이종진
․1988년 현대문학 추천완료로 등단.
․시집 ꡔ밤 열시 이후의 우울 그리고 폭설이 내리는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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