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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안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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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96회 작성일 05-03-0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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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상

이월(二月)


내 마음의 피안으로 올라가는
수문(水門) 아래
얼음장 녹아버린 사이로
말갛게 씻긴 풀뿌리 흔들린다

햇살은 남은 얼음장마저 뚫으려
내리꽂히고
꽂힌 햇살은 다시
허공으로 튀어 오른다

흔들리는 물살 따라
송사리 몇 마리
흰 풀뿌리 사이로 드나든다

겨울을 견뎌낸 것들이
어디 너희들뿐이랴

흐르는 물처럼,
우리네 살아감도 오늘은
시린 마음 얇게 녹이며
졸졸졸 흘러가는데

녹아서, 물로 돌아가는
얇은 얼음장조차도 되지 못한 나는
이 시냇물에서
새끼고기 몇 마리나 키워 보았는지
물풀 몇 잎이라도 키워 보았는지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 둥실 떠가고

식구들을 위해
겨우내 폭설을 걱정하던 어미새 한 마리
오늘은 들판을 가로질러
멀리까지 날아간다.





노산대*




내려다보면 참
아득하다

여기까지 걸어온
내 길도
한없이 막막해 보이는
이곳에 서서

한 폭 그림 위에
다시는 보이지 마시라고
어린 아가의 말간 손이라도
덮어볼까

철망 한 가닥으로
녹슬지 못한 저 절망 매어놓은
이 절벽 위에 서서

이제 그만 편히 쉬시라고
두 발로 꾹꾹
눌러라도 볼까

산산산 아득한 저곳
모래밭
흰 뺨을 타고

푸른 눈물
줄기줄기 흐른다.

*청령포에 있는 벼랑 이름.
폐위된 단종이 귀양올 때 불리던 이름 노산군을 따서 노산대라 부름.


안덕상
․충남 서천 한산 출생
․1987년 ≪현대시학≫ 초회 추천
․시집 ꡔ나는 너의 그림자조차 그립다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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