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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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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26회 작성일 05-03-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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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기다리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저 태양이 식어가기를
이 바람이 어서 지나가기를

이 연극의 결말쯤은
이미 알고 있어요
숲으로 돌아간 남자들은
다시는 숲 밖으로 나오지 못했답니다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기다려요
연극이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설 때의 내 얼굴을 위해

기다려요
어서 빨리 밤이 되기를
어서 어서 남자들이 숲으로 돌아가기를





이토록 당신뿐인 내가



어떻게 이것뿐이겠는가
내가 당신에게 들려줄 노래가
어떻게 여기까지 뿐이겠는가

당신 한쪽 어깨가 젖고 있는 것을 알지만
아직은 우산을 다 펼칠 수가 없을 뿐
당신 목이 타는 것을 알지만
이 양젖을 따를 수가 없을 뿐
아직은 따를 수가 없을 뿐

어떻게 여기까지 뿐이겠는가
내 눈물이 당신을 적실까봐
내 상처가 당신을 찌를까봐
마음을 아낄 뿐
아낄 수 없는 것까지 억지로 아낄 뿐

어떻게 내가 이것뿐일 수가 있겠는가
그럴 수가 있겠는가
이토록 당신뿐인 내가

한명희
․199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ꡔ시집읽기ꡕ ꡔ두 번 쓸쓸한 전화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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