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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송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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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95회 작성일 05-03-0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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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찬

눈내리는 밤



창문 밖으로 눈발이 휘날리는 밤이면 말없이 쌓였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그 많은 부호들처럼 가슴에 꼭꼭 숨겨둔 비밀을 잘게 부수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땅에 내려놓고 싶어진다
가령 사상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쫓겨가 영하 이십 도의 혹한 속에서 등짐을 져 나르다 이것은 아니다며 무릎을 꿇던 일이라든가
봉급 받아 아이들 학원비 걱정하며 그 달 그 달 살아가면서도 병든 노모를 모시는 술집 아가씨를 위해 아내 몰래 빚을 내 순정을 베풀던 일이라든가
이렇듯 추운 날이면 남몰래 꼭꼭 숨겨둔 말들이 불씨처럼 피어나기도 하고 살다 보면 누구나 비밀 한두 개쯤 가슴에 묻고 살아 우리 몸을 태우고 나면 그 비밀 눈처럼 내리는 것일까




누렁이



하얀 사기 국그릇 속 집에서 키우던 누렁이의 검은 눈동자가 얼굴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리 얼굴이 안 되었느냐며 쑥 숙지황 구엽초 대추 생강을 넣고 어머니가 지어 보내신 개소주

누렁이는 집안의 아들이었다
밭일 나간 어머니 대신 집을 지키고
손님을 맞았다
대밭을 울리던 짱짱한 가락
어린 자식이 사라진 집은 얼마나 고요할까
달 없는 밤 화장실 가는 길은
외양간에 걸려있는 목걸이는

어머니는 뼈만 남은 텅 빈 집의 적막을 온몸으로 채우며 밤마다 신경통을 앓고 계실 것이다 검은 사약을 받아먹고 출근하는 길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늙은 애완견 한 마리가 킁킁거리며 따라온다

송종찬
․1966년 전남 고흥 출생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ꡔ그리운 막차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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