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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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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53회 작성일 05-03-0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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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비에 갇히다


내리꽂히는 미싱바늘이다
비가 내 발등 위를 드륵드륵 누비고 있다
발가락 하나 꼼지락 못하고 자판기처럼 서있다
가루 혹은 액체 미처 정제되지 않은 나를,
누가 동전을 투입한다면,
큰일이다 ‘고장’쪽지를 붙이지 못했다

벽처럼 비껴 숨죽이는 일도. 아이템이었다. 아랫입술에서 윗입술까지. 그 높이가 느껴질 때. 오후 3시 늦은 자장면 배달 같은. 부피를 가진다. 하지만 그 다면체를. 개봉하지 못한다. 폐업한 명함 같은 것이어서. 한때 잡히는 대로 죽어라 끌어당긴 사내. 그 팽팽한 시간대에는. 비가 내리는 법이 없었고. 만만한 놈이 만만찮은 년과. 살 냄새가 진동하는. 낮거리가 잦았다. 반환점 깃대를 돌아 나온 지 오래다. 지금 또 깃대를 만난다. 장마전선에서 맴돌고 있는. 애초에 없었던 코스를. 생면부지 어떤 놈에게 내놓으라고. 흉기를 집어든다.
이 위험한 설정 속으로. 돌멩이처럼 굴러 들어오는. 사람들. 손아귀가 헐렁해진다.  

빗줄기가 기어오른다
예비군훈련 갔다 잘라버린 정관을, 그 끝과 끝을 드르륵 이어 놓는다 동전이 툭-
컵이 내려서지 않는다
한편에 고여 있던 내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폐가에, 꽃들이


그 집은,
죽은 절지동물처럼 팽개쳐져 있다 마디마다 어둠이 지르르, 동공이 열리지 않아 그만 그의 발등을 밟았다 소름이

짜-악 돋는다 그의 옆구리께에 개나리꽃들이,
틈새 살점처럼 붙어있던 희미한 빛마저 꽃들이 다 갉아먹었다? 그럼 저 악다구니 같은 웃음소리는
또 한번 그의 발등을 밟는다면, 저 꽃들 중 몇몇이 분신(焚身)을 할지도 모른다

지독하다
월남에서 고엽제 비를 맞고 돌아온 사촌형은 자꾸 썩어 들어간다며 전화에서 핏발이 선다
그가 눈을 번쩍,
그의 발등 위에서 나는 얼어붙는다
신나 냄새가 난다

김영섭
․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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