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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유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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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환
물고기가 되고픈 소녀
―분열증을 앓는 한국인 입양아 마리안느를 추억하며
언제나 부재중인 엄마
내 몸둥아린 유머예요, 밤/낮
태양/바다, 왕국/유배, 언제나 동시상영예요
게다가 전기처럼 빨라요
셰리*, 자, 눌러 봐, 스위치 같은 내 알몸
금세 불이 밝지?
오만한 건 다 옷 때문이야
벗겨봐, 셰리, 그저 순종이지?
발간 아랫배? 놀라지 마, 그건 안경이야
세상 비치는 안경
부재중인 엄마
오늘은 눈물이 나요, 옷에서도, 안경에서도
엄마, 근데 죽음은 참 고통스럽겠죠?
하지만 다행예요
그렇잖음?
세상은 미치도록 쓸쓸하겠죠
쓸쓸하지 않도록, 엄마, 살아 팔딱이는 내 몸둥아리
비누 같은 내 몸둥아리
트게 해 줘요
예쁜 지느러미 한 개
고장 난 시계처럼
뜬금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생각이 멈추도록
엄마
언제나 부재중인 엄마
아주
아주 예쁜 지느러미 한 개
*셰리(Chéri) : 프랑스 사람들이 연인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
중환자실 가는 길
봄에
꽃나비 한 마리
바람과 햇살 벗 삼아
가네, 바삐, 어디론가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오가고
돌아오지 않네
그 꽃나비는
햇살도
바람도
보낸 것은 모두
돌아오지 않네
사랑했던 사람도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도
세월에 묻는 강변
비린내 풀잎 사이로
봄이 오고
또 봄이 가네
사랑도
사람도
가네, 바삐, 어디론가
유기환
․2002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
․저서 ꡔ알베르 카뮈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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