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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초점/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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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31회 작성일 05-03-07 12:29

본문

*이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인 「북한 시의 형성과 전개 과정 연구」(이화여대, 2002)에서 서정시 부분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북한시의 요체 1


김경숙



1. 서론
최근 들어 북한문학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우리 문학사에서 아직 미개척 분야인 북한문학이, 새로운 연구 대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문학을 우리 문학사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문학의 존재는 지금까지의 우리 근․현대문학사가 반쪽 문학사였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진행될 북한문학에 대한 연구는, 북한문학 자체에 대한 이해 가능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지금까지 남한문학사를 이해해 온 관점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근․현대문학사의 큰 줄기를 형성해 온 리얼리즘 문학의 연속선상에서 북한문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극도의 반공이데올로기가 작용했던 남쪽에서는 모더니즘이 문학의 단일한 토양을 이루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했던 북쪽에서는 일제치하에서 리얼리즘을 주도했던 카프 문학이 계승해야 할 유일한 문예전통으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북한문학은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카프 문학의 비판적 계승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리얼리즘 문학 전통의 발현을 중심 틀로 하여, 북한 시사(詩史)의 발전 과정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특히, 이 글에서는 1950년대의 북한 시사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이 시기가 카프 문학을 문예전통으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 주체사상에 바탕을 둔 항일혁명문학을 문예전통으로 공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북한문학사 최대의 전환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근․현대문학사의 연속선상에서 북한문학을 고찰함으로써 그 지속과 변모의 양상을 밝혀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주체사상이 지도적인 문예노선으로 제기되기 이전 단계인, 1950년대의 북한문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해방 후 1950년대 북한문학은 마르크스-레닌주의 미학 전통에 입각한 문학을 지향한다. 이 시기에 북한문학에서 제시한 기본적인 창작방법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다. 그러나 문학사의 흐름 가운데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구체적인 발현 양상은, 각 시기의 사회․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시대적인 요구를 북한문학에서는 ‘당의 문예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작가들에게 제시한다. 그러나 당의 문예정책이 작가들의 창작 과정에서 기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당의 문예정책과 작가들의 창작경향 사이에는 어떤 식으로든 긴장과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당의 문예정책’과 ‘작가들의 창작경향’ 사이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시대적인 변모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북한 서정시의 미학적 특징________________
이 글에서는 서정시 장르가 각 시기마다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구체적으로 비교․분석해 보기 위하여, (1)형상화의 대상, (2)주제의 형상화 방식, (3)정서적 동일화의 방식 등의 항목들을 분석 틀로 잡았다. 이 틀은 김성윤이 「한국 근대자유시 형성기 연구」(연세대 박사학위논문, 1999.)에서 새롭게 제시했던, 그의 시론을 원용한 것이다.  
과 전개 양상이 글에서는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북한에서 출판된 시집이나 잡지에 실린 시 자료를 직접 검토함으로써, 1950년대 북한 시사의 전개 과정을 서술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다음과 같은 시대구분의 틀을 마련하였다. (1)제1시기 : 1945~1949, (2)제2시기 : 1949~1953, (3)제3시기 : 1953~1955, (4)제4시기 : 1956~1958, (5)제5시기 : 1958~.  

북한 시사에서 서정시와 서사시는 각각 담당하는 역할이 구분되어 있으며, 두 장르는 각 시기마다 긴밀한 상보성을 띠고 전개된다. 서사시가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시대적 이념을 제시하고 있다면, 서정시는 그 이념을 세부적인 문제로 구체화하여 인민에게 내면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서정시에서는 시에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로 인하여 이 시기 북한 문단에서는 ‘서정성’과 ‘이야기성’의 문제가 본격적인 논쟁거리로 제기되기도 하였다.

1)제1시기 : 1945~1949
북한문학사의 제1시기는 ‘해방’과 더불어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조․소 친선의 국제주의 사상,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애국주의 사상, 제반 사회개혁 등이 주된 시적 형상화의 대상으로 제시된다. 시인은 이와 같은 형상화 대상들이 수렴되는 ‘새조국 건설에 대한 희망과 의지’라는 주제 이념을, 부정적인 과거와 긍정적인 현실의 대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의 상징적 제시 등과 같은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또한, 서정적 자아를 ‘우리’라는 공동체적 자아로 확대시킴으로써 주관을 객관화시키는 정서적 동일화의 방식을 통하여, 위와 같이 형상화된 주제의식을 인민에게 보다 설득력 있게 전파한다.

눈꽃이 흩날리는
북쪽 나라의 三월달.
얼음 밑에 숨쉬는 실개천이
해방의 봄노래를 돌돌… 굴려
산기슭을 씻어 내릴 무렵.
―땅은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토지 개혁의 우람찬 환성은
등을 넘고 비탈길을 감돌아
두메에까지 산울림해 왔어라.

―나라를 찾은 것두 고마운데
  땅까지 가지게 되다니…
―이게 모두 꿈인가 생시인가.
눈은 뜨이고 귀는 열리여
산사람들은 나는듯이
산발을 타고 넘어 왔고
약수터가 자리잡은 마을의 글방에
불을 밝혀 밤으로 모이였다.

농사꾼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이처럼 의논해 본 적이
어느 한당대 꿈엔들 있었던가.

―땅은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흑판에 씌여 있는 토필 글씨를
한 자 한 자 더듬어 읽는 돌쇠는
머슴살이에 뼈가 굵어진 로총각.

―올봄엔 제 땅 갈아
  장가 밑천 장만하겠수…
돌쇠의 입김은 능청맞고
―서나이 공대 잘하는
  츨츨한 처녀를 내 중매서 주리!
박 첨지의 대꾸는 너털웃음에 어우러져
이처럼 오가는 잡담 속에서도
기쁨이 샘물마냥 찰찰 넘치누나.

눈 오는 봄도 三월달,
약수터를 에워싼
농촌 위원회의 밤은
산사람들의 새로운 꿈을 겯고
밤을 밝혀 심지를 돋우며
호박꽃처럼 발갛게 익었다.

이제 첫닭이 홰를 치면
산발을 타고 초막에 돌아가
어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이 꿈같은 소식을 전하리라.

―등살을 쳐먹던 지주놈을 내몰고
우리들 농사꾼이 땅의 주인이라고…
이 기쁜 소식 어엿이 아뢰리라!
귀가 번쩍 열리도록 들려 주리라!
―「농촌위원회의 밤」(1946. 3)________________
김우철, ꡔ김우철 시선집ꡕ,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7. 126-130쪽.
의 일부

이 시는 토지개혁의 기쁨을 형상화하고 있다. 시간적 배경은 ‘눈꽃이 흩날리는 삼월달’이다. ‘눈’은 겨울을 상징하고, ‘삼월’은 봄을 상징한다. 여기에서 겨울의 ‘눈’과 봄의 ‘삼월’은 상호 결합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해 내는데, 그것은 ‘얼음 밑에 숨쉬는 실개천’의 이미지로 구체화된다. 겨울에서 봄으로, 얼음에서 실개천으로, 부동성에서 유동성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이미지는 일제 강점 하에서 갓 ‘해방’된 현실의 분위기를 표현한다.
이러한 가운데 ‘두메’에까지 들려온 ‘―땅은 밭갈이하는 농민에게!……’라는 슬로건으로 제시된 토지개혁의 소식은 ‘봄노래’를 ‘우람찬 환성’으로 바꾸어 놓는 놀라운 사건으로 인식된다. 나라를 찾은 ‘고마움’은 땅까지 가지게 된 ‘기쁨’으로 더욱 고조되는데, 그것은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는’ 기쁨으로 묘사된다. 이때, 그 기쁨이 내포하고 있는 실제적 의미는 이제부터 ‘농사꾼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의논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현실 인식과 ‘제 땅 갈아 장가 밑천 장만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이다. 이와 같이 ‘농촌 위원회의 밤’은 ‘새로운 꿈’이 익어가는 시간이며, 토지개혁의 기쁜 소식은 ‘눈꽃이 흩날리는 북쪽 나라의 三월달’에서 ‘눈 오는 봄도 3월달’로, 즉 겨울에서 봄으로 시간적 배경에 대한 서정적 자아의 인식조차 바꾸어놓고 있다.
한편, ‘전하리라’ ‘아뢰리라’ ‘들려 주리라’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이제 날이 밝으면 초막으로 돌아가 ‘어버이들’께 ‘농사꾼이 땅의 주인’이라는 토지개혁의 기쁜 소식을 전할 마음에, 화자는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이때, 기쁨에 들떠 잡담을 주고받는 돌쇠와 박첨지를 매개로 하여 개인적 존재인 화자는 ‘산사람들’ ‘우리들 농사꾼’과 같은 집단적 존재로 확대되고, 화자의 주관적 정서 또한 보편적인 정서로 승화되고 있다.

2)제2시기 : 1949~1953
북한문학사의 제2시기는 ‘전쟁’과 더불어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김일성을 구심점으로 하는 애국주의 사상, 전방에서 싸우는 인민군대의 투쟁, 후방에서 싸우는 인민의 원호 등이 주된 시적 형상화의 대상으로 제시된다. 시인은 이와 같은 형상화 대상들이 수렴되는 ‘조국의 수호와 해방’이라는 주제 이념을, 현재 진행형의 시간 구조를 통한 전투 현장의 묘사, 직접적 상징을 통한 투쟁의식의 고취 등과 같은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또한, 청자를 향해 서정적 자아의 내면 정서를 토로하도록 함으로써 주관을 객관화시키는 정서적 동일화의 방식을 통하여, 위와 같이 형상화된 주제의식을 인민에게 보다 생생하게 전달한다.

따바리 불타는 총자루
앞세워 승승 장구
三八선을 넘어
벌써 아득한 천리ㅅ길

나의 따발총이여
더웁게 단 총구멍
식혀 줄 사이도 없구나.

(중략)

나의 따바리여
불ㅅ길을 뿜어라, 뿜어라.
분노의 불ㅅ길
증오의 화염을!

토치카 진지에 육박하는
백병전의 돌격을 앞두고
원쑤를 겨누어
보내는 총탄 총탄…

인민의 이름으로 한알
조국의 이름으로 또 한알
원쑤에의 미움에 불ㅅ길 뿜어라.

놈들의 거점 대전 성새
짓부시고 다시 전진
눈 앞에 열리는
무연한 벌판
호남평야 넓은 벌이여

이곳은 내 사랑하는 동지
우리 당 대렬의
용감했던 동무의 요람터

(중략)

이 나라 용감한
빨찌산 대원이던 그가
몇날 전의 돌격전에 앞장 서
나아가다 쓰러질 때
마지막 부르짖은 목소리

―김 일성 장군이시여
  저는 끝까지
  승리 속에 전진해 갑니다…

마음의 태양으로
우러러 그리웁던 이름
조국의 이름과 함께
수령을 불렀더니라.

나의 따발총아
사랑하는 동지의 이름으로
또 한알!
원쑤 향해 퍼부어라.
불ㅅ길을 뿜어라.

별빛 총총한 야음을 타서
포복 전진의 길,
풀향기 그윽히 풍겨 오는
산등성이 잔디밭
먼동이 트면 이슬도 반짝!
동무의 추억에 빛나고

바라보면 저 해안선
눈 앞에 다가서는
우리 나라 남쪽 끝 수평선이여

나의 따바리! 가자.
대구 진주를 거쳐
려수 목포 부산으로.
아니 제주도 끝까지
가자. 나의 따바리!
―「나의 따발총」(1950)________________
안용만, ꡔ안룡만 시선집ꡕ,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6. 130-131쪽.
의 부분

인민군 전사인 서정적 자아는 ‘따발총’을 앞세우고 남쪽으로 돌진한다. 3․8선을 넘어 벌써 천리 길을 ‘승승장구’ 전진해 왔다. 원수는 조국 땅을 강탈한 ‘침략자’이고, 원수와의 싸움은 ‘조국’과 ‘인민’의 이름으로 벌이는 ‘복수의 섬멸전’이다. 그런데 며칠 전, 빨치산 청년이었던 화자의 동지는 ‘돌격전에 앞장 서 나아가다’ 원수의 총탄을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죽어가면서도 그는 ‘조국’과 ‘수령’의 이름을 부르며 전진과 승리를 다짐했다. 이와 같은 동지의 장렬한 죽음은 원수를 향한 화자의 증오와 복수의 감정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화자는 원수를 향해 총탄을 퍼부으며 전진을 계속하는데, 이때 ‘따바리’는 원수에 대한 화자의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표출하는 직접적 상징이다. 화자는 따발총을 부여잡고 ‘남쪽 끝 수평선’을 바라보며, ‘대구→진주→려수→목포→부산→제주도’ 끝까지 전진해 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 시는 한편으로는 하나의 문장을 짤막한 여러 개의 행으로 나누어 연을 구성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 전체의 길이를 길게 늘임으로써, 시적 호흡에 긴박감과 속도감을 부여한다. 또한, 각 행을 비약적인 장면 전환의 방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인민군대가 전진하는 과정에 보다 빠른 속도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총자루․승승장구․천리길․총구멍․총탄․한알․성새․전진․벌판․동지․요람터․구릉․청년․준령․때․목소리․이름․길․잔디밭․반짝․해안선․따바리 등과 같이 각 시행은 대부분 명사형으로 끝맺는데, 이 또한 급박한 호흡의 생성에 기여한다. 전체적인 구조의 측면에서는, ‘나의 따발총이여’ ‘호남평야 넓은 벌이여’ ‘나의 따발총아’ ‘우리나라 남쪽 끝 수평선이여’ 등과 같은 호격과 ‘원쑤에의 미움에 불길 뿜어라’ ‘원쑤 향해 퍼부어라’ ‘불길을 뿜어라’ ‘나의 따바리! 가자’ ‘가자. 나의 따바리!’ 등과 같은 청유형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시에 격정적 정서와 강렬한 호소력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화자는 ‘나의 따바리여~불길을 뿜어라’에서와 같이 ‘따바리’라는 사물을 청자로 설정하여 명령형의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그 사물에 의탁하여 표현한 것으로서, 실상은 자기 자신을 향한 독백인 것이다. 즉, ‘불길을 뿜어라, 뿜어라’ ‘보내는 총탄 총탄…’ ‘불길 뿜어라’의 반복과 ‘분노의 불길 증오의 화염을!’ ‘인민의 이름으로 한알 조국의 이름으로 또 한알’ ‘사랑하는 동지의 이름으로 또 한알!’ ‘나의 따바리! 가자.’ ‘가자. 나의 따바리!’의 대구적 반복, 그리고 ‘대구 진주를 거쳐 려수 목포 부산으로. 아니 제주도 끝까지’의 열거 등을 통하여 격앙되는 원수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은 화자 내면의 정서인 것이다. 이와 같은 서정적 자아의 격렬한 감정을 ‘따바리’에 대한 대화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밖으로 분출하고 객관화함으로써 독자에게로 전이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3)제3시기 : 1953~1955
북한문학사의 제3시기는 ‘종전’과 더불어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전후 복구건설에 대한 의지, 노동영웅, 발전하는 새생활의 기쁨 등이 주된 시적 형상화의 대상으로 제시된다. 시인은 이와 같은 형상화 대상들이 수렴되는 ‘전후 복구건설의 의지’라는 주제 이념을, 전쟁시기와 복구건설시기의 알레고리적 대응, 모범적 인물 혹은 이상화된 미래상의 제시 등과 같은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또한, 서정적 자아로 하여금 ‘수사학적 질문’을 하도록 함으로써 주관을 객관화시키는 정서적 동일화의 방식을 통하여, 위와 같이 형상화된 주제의식을 인민에게 보다 당위적인 가치로서 제시한다.    

산기슭에 띠염띠염
새로 자리잡은 집마다
송진내 상기 가시지 않은
문을 제낀다
햇살에 훨씬 앞서 문을 제낀다

자욱한 안개 속
사람과 함께 소가 움직인다
시퍼런 보습날이 움직인다
오늘은 일손 바른 살구나무집
조이밭 갈러 가는 길

귓머리 날리며 개울을 건너
처녀 보잡이 정례가
바쁜 걸음 멈춘 곳은
춘관 로인네 보리밭머리

농사에사 옛날 법이 제일이라
고집만 부리던 령감님도
정례의 극진한 정성에 웃음 지으며
보름이나 일찍 뿌린 봄보리가
줄지어 돋았다

정례는 문득 생각났다
선참으로 이 밭을 갈아 제낄 때
품앗이 동무들이 깔깔대며 하던 말
―편지가 왔다더니 기운 내누나
―풍년이 들어야 좋은 사람 온단다

한마디 대꾸도 나오지 않아
자꾸만 발목에 흙이 덮이여
걸음이 안 나가던
수집은 정례

정례는 또 듣는다
파릇파릇 새 싹들이
나직이 속삭이는 소리
―기다리라요
―기다리라요

혹시나 누가
누가 볼세라
저도 모르게 볼을 붉히며
정례는 당황해서 소를 몬다

그러나 누가 모르랴
동부 전선에 용맹 떨친
중기 사수 윤모가
이윽고 돌아 올 꽃다운 날엔
정례는 춘관 로인네 둘째 며느리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논두렁 오솔길에 둥굴소 앞세우고
가슴 벅찬 기쁨 속을
재우 밟는 종종걸음

누우렇게 익은 보리밭을 지나
마을 장정들이 전선으로 가던 길
전선과 련닿아 끝끝내 승리한 길
까치고개를 다시 한번 바라보니
햇살이 솟는다
―「봄」(1954)
________________
이용악, ꡔ리용악 시선집ꡕ,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7. 12-15쪽.
의 전문

이 시는 농촌 마을에서 펼쳐지는 새생활의 단면을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의 시선은 마을 사람 가운데서 특히 ‘처녀 보잡이 정례’에게로 초점화된다. 오늘은 살구나무집 조이밭을 갈러가는 날이다. 살구나무집으로 가던 정례는 ‘춘관 로인네 보리밭머리’에서 바쁜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회상에 젖는다. 농사짓는 방법을 두고 ‘옛날 법’을 고집하는 춘관 노인과 ‘새 법’을 도입하려는 정례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정례의 ‘극진한 정성’은 춘관 노인의 ‘고집’을 ‘웃음’으로 바꾸고, 보름이나 일찍 ‘봄보리’를 뿌렸다. 그 봄보리가 줄지어 돋아난 풍경을 바라보는 정례의 시선을 통해서, 화자는 새 영농법의 성과와 농촌의 희망찬 새생활을 보여준다. 농촌의 새생활 속에서 싹트는 기쁨과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여성인 ‘처녀 보잡이 정례’의 성격을 통해서 필연적으로 담보되는 것이다.
특히, 이 시는 새생활의 변화상을 청춘 남녀의 애정과 결합시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정례는 춘관 노인네 보리밭 갈던 날, 자신이 ‘선참’으로 나서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동무들이 놀려대던 일을 회상한다. ‘편지가 왔다더니 기운 내누나’ ‘풍년이 들어야 좋은 사람 온단다’라는 동무들의 말에서, ‘편지’와 ‘좋은 사람’이 남녀간의 사랑과 행복을 상징한다면 ‘기운’과 ‘풍년’은 노동과 수확의 기쁨을 상징한다. 이때 ‘풍년이 들어야’에서 볼 수 있는 ‘들어야’라는 조건 제시적 연결어미는, 남녀간의 사랑과 행복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수확이라는 협동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다리라요’라는 새싹들의 속삭임도 중의적 의미를 갖게 된다. 풍년이 들어야 좋은 사람이 오기 때문에, 기다림의 대상이 표면적으로는 ‘좋은 사람’이 되지만 이면적으로는 ‘풍년’이 되는 것이다. 정례가 기다리는 사람은 ‘중기 사수 윤모’이고, 윤모는 ‘춘관 로인네’ 둘째 아들이다. 그런데 중기 사수 윤모는 동부 전선에서 용맹을 떨친 ‘전쟁영웅’의 전형이고, 처녀 보잡이 정례는 평화적 건설 시기에 농촌을 담당할 ‘노동영웅’의 전형이다. 윤모가 돌아오면 그들은 결혼할 것이고, 그 ‘결혼’을 매개로 전선과 후방은 알레고리적 은유구조로 연결되는 것이다. 정례는 회상에서 깨어나 다시 둥굴소를 앞세우고 걸음을 재촉한다. 지금 정례가 가고 있는 그 ‘길’은 ‘풍년’을 기약하는 ‘기쁨’의 길인 동시에, 윤모를 포함하여 마을 장정들이 ‘전선으로 가던 길’이고 ‘끝끝내 승리한 길’이며 머지 않아 그들이 ‘돌아올 길’이다. 이와 같이 화자는 ‘햇살’로 표현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두 사람이 만나는 ‘꽃다운 날’에 등치시킨다.  

4)제4시기 : 1956~1958
북한문학사의 제4시기는 사회주의의 발전에 따른 생활의 ‘안정’과 더불어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일상생활에 대한 애정, 남녀간의 사랑, 이산가족에 대한 그리움, 탈이념화된 자연, 사회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비판과 풍자 등 시적 형상화의 대상이 폭넓게 확대된다. 시인은 이와 같은 형상화의 대상들이 지향하는 ‘서정적 자아의 자유로운 정서 표출’이라는 주제 이념을, 개인적 상징과 창조적 은유의 사용, 그리고 반복과 병렬 구조의 사용 등과 같은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또한, 서정적 순간성에 의해 서정적 자아의 주관을 객관화하는 정서적 동일화의 방식을 통하여, 위와 같이 형상화된 주제의식에 인민이 보다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한다.  

내 어려서 소치는 아이
아버지 따라 들에 갔을 때
종다리 종다리 울음
피를 뱉는 듯 진정이 어려,
어찌나 부러웠던지
종다리 종다리 되고펐어라.

한껏 울어 예다
돌처럼 떨어지는 종다리
노래 벅차 숨 막힌 거냐,
너무 지쳐 쓰러진 거냐,
나는 종다리 찾아
철없이 보리밭 헤매였더니라.

그러나 종다리는 다시금
하늘 높이 높이 치솟으며
목이 메게 울어 댔니라.

내 어머니 당에 충성을 다질 때마다
어쩌면 저렇게 진정을 읊을가
모대기며 몸부림치노라.

아! 종다리 온통으로 노래이냐
노래가 그대로 종다리냐
내 종다리 종다리 되고퍼라.
―「종다리」(1957)________________
박아지, ꡔ종다리ꡕ,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9. 63-65쪽.
의 전문

위의 시는 자연물 가운데서도 특히 ‘종다리’를 시적 대상으로 하여 시인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종다리’라는 자연물에 자신을 동일시한다. ‘소치는 아이’였던 어린 시절, 화자는 아버지를 따라 들에 나가서 종다리 울음소리를 듣곤 했다. 그리고 ‘종다리 종다리 되고펐어라’ ‘철없이 보리밭 헤매였더니라’ 등으로 표출되고 있듯이, 화자는 종다리와 하나가 되고자 했다. 종다리의 울음 속에서 ‘진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종다리의 울음 혹은 노래의 진정성은 ‘치솟음’과 ‘떨어짐’이라는 상승과 하강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서 표현된다. ‘한껏 울어 예다 돌처럼 떨어지는 종다리’에서 ‘돌처럼’은 하강의 폭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고, 이 하강의 힘은 ‘한껏’으로 표출되는 상승의 힘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또한, 종다리는 ‘돌처럼’ 떨어지는 하강의 힘에 비례해서 더욱 ‘높이 높이 치솟’아 오른다. 이 치솟아 오르는 상승의 힘은 바로 ‘피를 뱉는 듯’ ‘목이 메게’ 울어대는 종다리 내면의 진정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종다리의 내면적 진정성은 화자에게 ‘벅참’과 ‘지침’이라는 정서적 감흥으로 다가온다. 그 감흥은 종다리를 찾아 보리밭을 헤매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듯이, 화자가 종다리와 하나가 된 물아일체의 경지를 경험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저렇게’라는 지시부사로 환기되듯이 곧 종다리와의 합일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화자는 어린 시절 종다리에게서 발견한 진정성을 자기 삶의 태도로 받아들인다. 종다리가 ‘피를 뱉는 듯’ ‘목이 메게’ 울어대듯이, 화자는 ‘어머니 당’에 충성을 다하고자 ‘모대기며 몸부림’친다. 이와 같이 이 시는 자연물인 종다리를 매개로 하여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당에 충성하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진정을 다하여 당에 충성하고자 하는 화자의 내면 정서를 표현할 때, 이 시는 구조적인 반복과 병렬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첫 연의 마지막 행인 ‘종다리 종다리 되고펐어라’라는 구절과 마지막 연의 마지막 행인 ‘내 종다리 종다리 되고퍼라’라는 구절이 맞물리고 있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시는 전체적으로 순환 구조를 띠고 있다. 또한, 중간 연의 마지막 행들인 ‘철없이 보리밭 헤매였더니라’라는 구절과 ‘모대기며 몸부림치노라’라는 구절도 종다리가 되고픈 화자의 마음을 나타내는 변형들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는 각 연이 동일한 정서의 반복적 표현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5)제5시기 : 1958~
북한문학사의 제5시기는 ‘천리마 운동’과 더불어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사회주의 사회 건설에 대한 의지, 공산주의자의 전형 창조, 1930년대 항일무장혁명투쟁의 역사 등이 주된 시적 형상화의 대상으로 제시된다. 시인은 이와 같은 형상화의 대상들이 수렴되는 ‘사회주의 사회로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투쟁’이라는 주제이념을, 시간상징을 통한 역사의식과 현재의 초점화 등과 같은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또한, 서정적 자아로 하여금 청유형의 어법을 구사하도록 함으로써 주관을 객관화하는 정서적 동일화의 방식을 통하여, 위와 같이 형상화된 주제의식을 인민에게 보편적 진리로서 전달한다.

봄볕에 번쩍이는
저 높은 집 담벽에,
한 장 벽돌을 더 얹지 못하고 보낸 날을
먼 후일 한하지 말고
동무여 오늘에 쌓자.

장장 만리 저 관개 수로에서
흙 한 짐을 저 내지 못 한 것을
먼 후일 부끄러이 생각지 말고
동무여 오늘에 더 지자.

쇠물 끓는 용광로를 세우고,
지하 천척 광석을 캐고,
먼 바다에, 산에
우리에겐 할일도 많거니…

다 끝내지 못 한 임무로 하여
공산주의 래일로 가는 길이 멀어진다면,
두 갈래로 나뉘인 조국도
그대로 남는다면?!

허나 백발은 막을 길이 없나니,
귀밑에 고이 내린 백발을 쓸어 넘기며
귀여운 손주들의 손목에 이끌려
높은 궁전 대리석 층층계를 오를 때,
그들에게 자랑할 말이 없으면
늙음이 어찌 구슬프지 않으랴!

영원히 젊고,
영원히 웃는 기적이 오늘에 있으매,
벽돌 한 장,
흙 한 짐이 천금보다 귀하여라!
―「건설의 나날」________________
전초민, ꡔ건설의 나날ꡕ,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61. 29-31쪽.
의 전문

이 시는 공산주의 사회의 도래와 조국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오늘’에 해야 할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용광로를 세우고’ ‘광석을 캐고’ 바다에서 산에서, ‘높은 궁전’으로 상징되는 공산주의의 내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우리’에게는 ‘할 일’도 많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임무’를 끝내지 못한다면 공산주의 내일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따라서 화자는 이러한 노동의 가치를 ‘천금’과의 대비를 통하여 더욱 강조하고 있다.
화자는 ‘먼 후일’로 제시된 내일의 시간과 ‘보낸 날’로 제시된 ‘오늘’의 시간을 대비시킴으로써 오늘의 시간이 지닌 의미에 관하여 강조한다. 이때 화자의 시선은 미래의 시간으로부터 현재를 바라다보고 있다. ‘저 높은 집’ ‘저 관개 수로’ 등으로 지칭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미래의 모습은 이미 완결된 형태로 제시된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저 높은 집’은 완성되어 있을 것이고, ‘저 관개 수로’도 완공되어 있을 것이 기정 사실로 인식된다. 내일에 구현될 사회는 ‘공산주의’와 ‘통일 조국’이며, 이것은 ‘높은 궁전’으로 상징된다. 따라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위는 바로 이 미래의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평가되는 것이다. 오늘 ‘한 장 벽돌을 더 얹지 못한’ 사람, 오늘 ‘흙 한 짐을 저 내지 못한’ 사람은 그 미래의 시간이 현재로 도래했을 때, 오늘 자신의 행위를 ‘한탄’하고 ‘부끄러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그 날에 한탄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서 ‘오늘에 쌓’고 ‘오늘에 더 지자’고 화자는 ‘동무’들에게 권한다. ‘백발’을 막을 수 없듯이 사람은 늙을 수밖에 없는데, 미래의 ‘늙음’을 ‘구슬픔’이 아니라 ‘자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의 ‘젊음’을 땀 흘려 일하는 데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미래는 언젠가는 도래할 당위의 시간이고, ‘노동’은 미래의 시간에 맞이할 ‘노년의 늙음’을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웃음’으로 전환시키는 ‘기적’을 낳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에서 화자는 공산주의 사회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하여 ‘오늘’에 해야 할 ‘노동’의 중요성을 교훈적인 어조로 강조하고 있다. 화자는 ‘동무’로 지칭되는 일반 청자를 향하여 ‘먼 후일 한하지 말고 동무여 오늘에 쌓자’ ‘먼 후일 부끄러이 생각지 말고 동무여 오늘에 더 지자’고 오늘의 노동을 권한다. 그 이유로써 ‘우리에겐 할일도 많거니’ ‘허나 백발은 막을 길이 없나니’ ‘영원히 젊고, 영원히 웃는 기적이 오늘에 있으매’와 같이, 화자는 ‘해야 할 일’을 만고불변의 보편적인 가치로서 제시한다. ‘늙음이 어찌 구슬프지 않으랴’ ‘흙 한 짐이 천금보다 귀하여라!’와 같이 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 또한 보편적 가치로서 제시한다. 더 나아가, 청자를 ‘동무여’라고 불러 일반 청자로 상정하는 동시에 ‘우리’라고 지칭하여 화자 자신 또한 그 속에 포괄시킴으로써, 화자가 청자에게 제시한 가치들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가치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청자는 화자가 제시하는 가치들과 그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으로 그가 권유하는 내용들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반적인 사실로서 받아들이게 된다.
3. 결론 : 북한 현대 詩史에서 ‘1945년~1960년대 중반’의 의미
이 시기에 북한문학은 몇 차례의 ‘반종파투쟁’과 ‘숙청’을 겪는데 1947년 구상, 황순원 등 순수문학 계열 시인들의 배제와, 1953년 임화로 대표되는 남로당계 문인들의 좌절, 1956년 기석복, 정률 등 소련계 문인들의 패배, 그리고 1958년 기성 시인들의 대대적인 숙청을 거쳐, 1960년대의 세대교체에 이르고 있다. 이 시기에 대거 등장한 신진시인들은 그들만이 가진 새로운 정서로 1960년대 이후 전개되는 주체문학의 주역이 되었다. 한편 이러한 현상과 맞물리는 북한 문예정책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혁명전통이 ‘카프문학’에서 ‘항일혁명문학’으로 이동해 갔음을 알 수 있다. 카프문학의 비판적 계승을 지향한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은 ‘<응향>사건’을 계기로 출발하여, 당에 의한 ‘남로당파 숙청’으로 인해 한때 경직화되었으나, 예술성과 사상성의 결합을 추구하는 시인 의식에 따라 곧 절정에 이르게 되었고, 그것이 ‘도식주의 비판’으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이후 당이 선언한 ‘부르주아 잔재와의 투쟁’으로 인해 급속히 도식화되어 갔고, 결국은 북한 문예전통의 중심 위치를 항일혁명문학을 표방하는 ‘주체문학’에 내어주게 되었다.
이와 같이 1945년 해방직후부터 1960년대 중반 주체사상 성립 이전까지의 북한문학은, 카프계열의 시인들과 북한출신 신진시인들 간의 혁명문학 전통을 둘러싼 갈등과 세대교체, 그리고 사실주의를 둘러싼 당파성과 당성의 논쟁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문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북한 시사를 지탱하는 두 개의 큰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해방직후부터 주체사상 성립 이전까지의 시기는 북한문학사의 원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분단문학사를 극복하고 통일문학사를 쓰는 데 있어서, 이 시기의 여러 가지 논쟁과 문학적 전통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김경숙
․주요 논문 ꡔ실존적 이성의 한계인식 혹은 극복의지-김수영론」
「1970년대 김지하 시 연구」 「북한 시의 형성과 전개 과정 연구」 등
․현재 이화여대․한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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