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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신작시/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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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
산수유꽃을 보며
산수유꽃에서 
예고도 없는 
봄을 처음 만났다. 
낡은 털외투를 벗어 던지듯 
넓은 천지에 
홀홀히 서서 웃음을 터뜨리다. 
저 꽃들은 
꽃이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서도 
괜찮으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피는 꽃이다. 
때아닌 탄핵소추 같은 
춘설쯤이야 
거뜬히 다 이겨내리란 것을 
내다보고 피는 꽃이다. 
살다보니 인생에 의미를 주지 않아도 
가볍게 칵테일 한잔 하는 마음으로 
터득하는 삶의 길이 있다. 
겨울나무
나무들도
무엇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밤새 소리없이 내린 눈들을 
가질 만큼 가지고 서 있는 
겨울나무들의 
저 행복한 자태 앞에서 
크리스마스 카드 속의 나무들이 
왜 한결같이 눈을 이고 온유한지를 
알 것 같았다. 
나는 기도를 하고 싶어졌다. 
그 가진 무게를 
아낌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땅에 되돌려주는 나무들 앞에서……
강우식
․1941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ꡔ벌거숭이의 방문ꡕ 등, 시론집 ꡔ절망과 구원의 시학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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