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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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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59회 작성일 05-03-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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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이사



나 이사를 많이 하였다

이제 한번 더 집을 이사해야 할 일이 남았다며는

달팽이집으로 가려고 한다

달팽이집에 기거하면서

더듬이를 앞장 세워

깃발들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길가에 나무들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초록을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분홍을 느릿느릿 지나가게 하고

하겠다.





파문波紋



연잎 위의 이슬이

이웃 마실 가듯 한가로이 물속으로 굴러 내리지만

여기 평화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슬 한 개 굴러내리면서

아, 수면에 고요히 눈을 뜬 동그라미가 연못을 꽉 차게

돌아나가더니만

이 안에 들어와 잠을 자던 하늘이며 나무며 산이

건곤일척, 일거에 일어서서 그 커다란 몸을 추스른다.

새들, 도도히 날아간다.


신현정
․서울 생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ꡔ대립ꡕ ꡔ염소와 풀밭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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