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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집 신작시/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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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12회 작성일 05-03-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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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겨울 산수유 열매



콩새 부부가
산수유나무 가지에 양말을 벗고 앉아서
빨간 열매를 찢어먹고 있다
발이 시린지 자주 가지를 옮겨다닌다

나뭇가지 하나를
가는 발 네 개가 꼭
붙잡을 때도 좋아 보이지만
열매 하나를 놓고 같이 찢을 때가
가장 보기에 좋다

하늘도 보기에 좋은지
흰눈을 따뜻하게 뿌려주고
산수유나무 가지도
가는 몸을 흔들어 인사한다

잠시 콩새 부부는 가지를 떠나고
그 자리에 흰눈이
가는 가지를 꼭 붙잡고 앉는다

콩새 부부를 기다리는 사이
산수유나무 열매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속초에서



겨울 부두 끝에 서있는 등대가
추위에 몸이 얼어 빨갛다
등대가 바닷가에 나온 이유는
망망대해에 나간 배를 기다리는 것
그것도 모르는 멍청한 바람은
등대가 불에 잘 익은 소시지인 줄 아는지
게걸스럽게 먹어 보려다 이가 시려서
웅웅 언 입으로 벙어리처럼 운다
철없는 바다도 덩달아 달려들다가
부두 모서리에 넘어져 이빨이 부러진다
얼굴이 빨갛게 언 어머니 한 분이
생선구럭을 앞에 놓고 모닥불을 쬐며 존다
그걸 내려다보는 흰머리 설악은
마음이 안 좋은지 그늘이 깊다.

공광규
․1960년 충남 청양 출생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ꡔ대학일기ꡕ ꡔ지독한 불륜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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