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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신작시/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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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30회 작성일 05-03-0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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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풋사과를 먹다가



풋사과를 먹다가 혀를 깨물었다
순간, 혀끝에 사과꽃이 얼얼하게
만개하는 것을 느꼈다

풋사과 한 알에
함부로 마음을 빼앗겼던 罰이다

혀가 있는 줄도 몰랐던
허튼 시간까지 꽉 깨물렸다
시간의 살점도 얼얼하다

많이 아파야 돌아본다는 거
그게 통증이라는 거
마른 침을 삼키며 깨닫는다

꿀꺽, 하는 순간
내 몸속 먼 길 가버린
풋사과처럼 아픔도 꿀꺽 삼키면
먼 길 가버릴까

사과나무 한 그루에
풋내나는 내 가여운 虛가 깨물렸다





그믐을 품다



창 너머 먼 달
온몸으로 비웠다채웠다
허공을 되질한다

빗물 고인 캄캄한 창가에서
눈썹처럼 빠진 달 하나 되질한다
실족한 하늘 쪽으로 자꾸 몸을 내미는
내가 건져온 하늘눈썹,
젖은 쪽이 불빛에 잦아든다

삭은 달이 밝히는
눈썹만한 빛을 위해
지상의 모든 불빛 주저없이 소등한다

어둠 속으로 들어온 달빛
그득하게 나를 품는다
어느새 명치끝에 걸려서 나를
되질하는 달

한 되, 두 되……

달을 품은 내 몸은
황홀한 晩食이다


박선희
․1999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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