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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신작시/함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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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숙
신의 자궁
내가 너희에게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전쟁을 주러 온 것이다
나의 자궁을 빈 자는
내 속의 전쟁을 겪어야 하는 자
찬별처럼 깨어 있으라
분노가 장전된 곳을 오래 응시하여
양미간에 패인 주름, 방아쇠를 당기라
몸은 긴 어둠 총구를 따라
나는 기꺼이 천국을 폐허할 것이다
그 조용하고 권태로운 거짓 언어 위로
나를 투척할 것이다
그대는 보라
이 위선과 욕망의 썩은 시체들을
이 곳에선 오직 탄환의 진실만이 남으니
선혈이 둑둑 듣는 살점 꿰매어
꽃이파리 붉은 짐승으로 있으라
나의 자궁을 빈 자는
내 최고 격전지를 지나는 자
피 냄새를 풍기며 발아하지 않는다면
그대는 꽃이 아니다
그대는 사랑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내가 그대를 낳은 것이 아니다
해질녘의 귀의
사주팔자에 말년이 쓸쓸하다 하였는데
지금이 말년인지
사방이 허하다
동기간에 친 못도 마다하지 못하고 찔러 넣고 섰는데
그 못 받아 나를 세운 힘은 무엇이던가
몸속에 십자가 들어 있었네
아, 모든 등뼈 가진 것들의 슬픔이여
그걸 떠메고 나는 지금
일몰 쪽으로 귀의하고 싶은 것이다
하늘 천장 둥근 돔
스테인드글라스 끼워 불그레한 나의 서역으로
함태숙
․2002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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