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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신작시/박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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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30회 작성일 05-01-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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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우

孤立無援




파도자락 끝에 나비가 앉아있다
훅, 불어 끄면 섬이 된다

섬을 꼭 끌어안으면
고여있던 바다가 출렁거리며
잘 익은 나비를 토해낸다

나비를 집어삼키면
목구멍을 밀고 나오는 불꽃 한 송이
손바닥으로 틀어막으면
창백한 물새가 되어
꽃병 깊이 가라앉는다

꽃병 안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계단을 물새가 훅, 불어 끈다
나도 꽃병 깊이 가라앉아
나비에 대해서 말한다
물새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은 같은 것이다
나는 파도자락 끝에 앉아있다





모닝콜



나의 목을 잘라 버리고 돌아온 침대 위에 머리 없는 금속의 나체, ‘그녀’가 누워있지요.

‘그녀’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요

‘그녀’가 베어먹은 식빵 조각에 선명히 남아있는 이빨자국
오늘은 아침부터 맥박이 멈출 때까지 송곳으로 찔러야할 심장이 있다구요

‘그녀’가 품고 다니는 얼룩진 누런 사진
오늘은 아침부터 갈기갈기 찢어 짓밟아 버리고 싶은 혓바닥이 있다구요

‘그녀’가 항상 들고 다니는 금간 손거울
오늘은 아침부터 피투성이로 질겅질겅 씹어 뱉어버리고 싶다구요

오후가 되면 ‘그녀’는 자신의 몸을 녹여 금속의 집을 짓지요
밤이 되면 집이 발광하여 남자들을 유혹하고 집에 들어온 남자는 머리를 떼어놓고 돌아가지요
‘그녀’가 남자의 머리를 갈아서 목욕바구니에 담아두고 자면
오늘은 아침부터 금속의 나체, ‘그녀’가 되어있지요

‘그녀’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박강우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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