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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신작시/이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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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27회 작성일 05-01-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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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인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꿀단지



나와 함께 잠을 자고싶어하는 곰 같은 사람이 한 마리 있었다
그 곰은 꿀을 찾아서 나에게까지 왔다,

내 꿀단지는 원통형의 주름치마 속에 감춰져 있었다,
무릎을 굽힐 때는 조심스럽게 주름을 잡아당겨서 꿀단지를 숨겼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꿀 냄새는 무릎과 무릎 사이로 흘러나와서
깊은 산 속의 꿀벌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곰 같은 사람은 언제 꿀맛을 보았는지,
나를 만날 때마다 원통형의 주름을 펴는 데 열중하였다

나의 꿀단지를 더듬으면서, 긴 겨울잠을 자자고, 옛날 옛적의 이야기를
꺼낸 곰이 얼마나 많은가,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솜사탕



하늘에는 <동시 분양>이라는 큰 풍선이 떠있다,
남자는 그렇게 붕 떠있다

남자가 <너>뿐이야라고 말했을 때부터 공원 산책로의 꽃들은 不倫으로 만발하였다,
그 不倫이 달콤하게 퍼져나가서 솜사탕을 하나 만들었다,

솜사탕 하나 사주세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이 間食,
아이들이 모여 앉아서 수런수런 솜사탕의 옆구리를 녹이고 있다

솜사탕을 다 빨아먹었을 때, 남자는 차 문을 열고 아이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이기인
인천 출생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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