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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신작시/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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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52회 작성일 05-01-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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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소금창고




조그마한 산마을 구석에 버려진 소금창고가 하나 있었다 20년 전 그곳은 소금이 네모 반듯하게 결정을 이루며 주인 아저씨의 정액을 응고시켰다 주인 아저씨는 도망가고 방치된 소금창고, 소금은 천 일 동안 염증에 걸렸다 먼지는 오리털처럼 쌓이고 천 일 만에 창고문이 열렸을 때 어둠은 마법 같은 주문에 봉인되어 있었다 희망을 퍼내던 녹슨 삽은 아직도 발기가 끝나지 않고 일그러진 나무 벽 사이로 햇살이 굴절하고 있었다

반쯤 비뚤어진 지붕이 해부되어 가면서 소금의 결정은 응축된 시간만큼이나 둥글둥글해져 갔다 발효되어 갔다 그날 이후로 한 남자가 매일 같이 죽어가는 애인을 데려와 온몸을 핥아내고 자아분열하고 눈물을 흘리고 옆 마을 과수댁 몰래 훔쳐보는 맛에 소금창고 안은 필라멘트가 끊어져버렸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블랙홀은 중력을 잃기 시작했다

십수 년이 지나고 버려진 소금창고, 스스로 문을 걸어잠근 채 공갈빵처럼 부풀어 해체된 소금 결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폐 가



처음부터 아버지란 없었다 안방에서 뿌리박고 자아분열을 하는 거머리는 지금 몸 부풀리기에 정신이 없다 집은 오그라들고 오래된 가풍은 처마 밑 거미줄에 걸려 포획된다 사랑채에 모여든 동네 사람들이 오줌을 누느라 노랗게 물든 대들보는 문고리에 걸려 휘청거리는데 앞마당을 점령한 닭들이 황급히 무정란을 품고 있다


김경태
1982년 부산 출생
2002년 ≪시와반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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